생각을 어루만지다 보면 까칠한 기억에 손이 움찔 걸릴 때가 있습니다. 손가락을 보면 거친 나무껍질이 박혀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 날엔 가슴 어딘가에 뽑히다 만 나무 밑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잎과 가지와 줄기는 이미 잘린 지 오래지만 굵은 그루터기는 아직 그곳에 남아있습니다.
말라버린 나무껍질은 부스스 부서지고 줄기 속은 썩었지만 굵은 기둥은 꿈쩍 안 합니다. 세월의 풍파를 버티고 서서 더 단단해집니다.
오랜 상처는 이미 아물었다고 씩씩하게 반창고를 훅 떼었는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그루터기처럼 새살 위로 솟아 있습니다. 보드라운 피부 위에 아직 뽑히지 않은 까칠한 그루터기가 트실트실 손가락 사이에 걸립니다.
가슴 여기저기 오래된 그루터기들이 파묻혀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의 마음은 이런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