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습니다. 4인 정원의 조그만 산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투숙객은 우리 가족 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 기상예보대로 눈이 내렸고 아이와 전 아무도 없는 숙소 주변을 걸으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내리는 눈을 맞았습니다. 그날 그곳의 눈은 온전히 우리 차지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싸리비로 빗질하는 소리였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퇴실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문 앞 길의 눈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새벽에 들은 그 소리였습니다. 아마도 관리소 직원이 이른 새벽 올라와 눈을 치우셨나 봅니다.
관리소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 부지까지는 꽤 가파른 비탈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와야 합니다. 다른 투숙객이 없어 우리 세 식구만 지내고 있던 숙소 부지까지 그 직원은 일부러 올라와 눈을 치우고 다시 내려가셨던 겁니다. 덕분에 우리는 눈길을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눈 위의 빗질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싸리비가 오도카니 기대서 있었습니다. 밤새 내리던 눈은 그 마음을 아는지 뚝 그쳤습니다.
눈마저 상냥한 그런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