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by 홍윤표
카메라: OLYMPUS OM-1 / 필름: Kodak Ultramax 400 / 일자: 25.10.

빨간 장화가 담벼락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건물 뒤편 그늘진 곳이었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장화는 누가 자기를 신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습니다. 뚜벅뚜벅 담벼락 끝까지 그대로 걸어갈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 앞으로.

아니면,

없어졌다는 걸 알기에 더 열심히 걷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목 없는 장화의 전진을 발걸음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장화는 없었습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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