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화가 담벼락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건물 뒤편 그늘진 곳이었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장화는 누가 자기를 신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습니다. 뚜벅뚜벅 담벼락 끝까지 그대로 걸어갈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 앞으로.
아니면,
없어졌다는 걸 알기에 더 열심히 걷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목 없는 장화의 전진을 발걸음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장화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