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AF-D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6.01.1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입니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제작했고, 10월 3일 개천절의 의미를 담아 CRT 텔레비전 1,003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작품입니다. 천여 개의 텔레비전 화면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각양각색의 영상들이 이제 막 미술관에 발을 들인 이들을 압도합니다. 저도 갈 때마다 매번 홀린 듯이 작품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작품을 보며 양에 대해 생각합니다. 텔레비전 한 대는 전자제품이지만 천 세 대는 예술입니다. 양보단 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양이 질을 압도합니다. <다다익선>이라는 작품명의 의미는 몰라도 일단 수긍하게 됩니다.

단순한 영상들의 반복이 독특한 리듬을 만듭니다. 리듬은 거의 모든 예술의 필수요소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할진 모르지만 그 시간들의 반복이 독특한 리듬을 만들고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점차 예술이 됩니다. 예술이 된 시간을 삶이라 불러도 좋을 겁니다.

반복이 지루하지만은 않다는 걸, 반복을 꾸준함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걸, 그리고 때론 양이 질을 압도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월, 목 연재
이전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