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AF-D / 필름: Fujicolor C200 / 일자: 26.03.

대학교와 기업체에서 운영하는 행사에 신청해서 새집을 받았습니다. 뚝딱뚝딱 조립해서 집 근처 공원에 매달았습니다. 도심지라 새가 안 올까 걱정이지만 위치는 크게 상관없다고 합니다.

설치한 지 삼 주가 지나가지만 아직 새집에 주인은 없습니다. 가끔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만들러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괜히 야속합니다. 저렇게 깔끔한 신축을 놔두고 왜 그런 고생을 하니. 삼 월말에서 사 월초가 새들이 집을 짓는 시기라고 하니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공원으로 운동을 나갈 때마다 새집이 잘 있나 보고 옵니다.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새들이 안 온다고 해서 먼발치에서 바라만 봅니다. 한 번은 밤중에 새집 근처로 너구리가 지나가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혹시 새가 들어온 뒤에 알이나 새끼라도 잡아먹으면 어쩌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집은 지금까지 공실입니다. 새집을 만든 뒤로 새만 보면 궁금해집니다. 저 새의 집은 어디일까.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도 누가 저렇게 새 집 지어주고 들어오시라고 기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는 생각만 늡니다.

새를 기다리는 동안 봄이 왔습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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