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소설] 자전거 점령

by 홍윤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단지 내 방치자전거를 폐기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주인이 있으면 관리사무실에서 확인 스티커를 받아 자전거에 붙여놓고, 한 달 후에도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자전거들은 방치자전거로 간주하고 폐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어차피 우리 자전거는 낡고 오래됐으니 이참에 버리자고 말했다. 우린 확인 스티커를 받지 않고 자전거를 거치대에 내버려 뒀다.
한 달 후,
출근을 하려고 현관문을 열자 우리 자전거가 문 앞에 있었다.
누가 갖다 놓은 걸까? 하지만 동, 호수를 따로 적어놓지 않았는데...
일단 자전거를 집안에 들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밖으로 나오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단지 내를 온통 자전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낡고 오래되고 확인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방치자전거들이었다.
자전거들은 단지 내를 이리저리 달리며 각자 주인의 집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아까 집 앞에 있던 우리 자전거가 생각났다.
아, 이런 거였구나.
그 뒤로 며칠 동안은 아파트 주변 길거리에서 혼자 달리는 자전거를 종종 보았다. 아마도 아파트를 떠나 멀리 이사 간 주인에게 돌아가는 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단지 내에는 더 이상 방치 자전거가 없게 되었다.
대신에 자전거 거치대의 모든 자전거에는 확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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