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 점심시간이 있는 날이다.
짝꿍 영희와 난 손을 잡고 담임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강당으로 갔다.
오늘은 전교생이 강당에서 다 같이 점심을 먹는다.
강당에 도착하니 이미 4, 5, 6학년 언니 오빠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 3학년이 자리에 앉자 곧이어 1, 2학년 동생들이 강당으로 들어왔다.
배식이 시작되고 우리는 차례대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았다.
배식대의 맨 끝에서 선생님들이 학년별로 국을 떠주었다.
과장된 미소를 띤 채 국을 퍼주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왠지 소름 끼쳤다.
12시 20분. 웨앵- 사이렌이 울리고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식판에 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5분 정도가 흐르고 드디어 6학년에서 첫 당첨자가 나왔다.
이어서 5, 4학년 당첨자가 나오고 잠시 후에는 1, 2학년 당첨자가 차례대로 나왔다.
이제 우리 3학년만 남았다. 선생님들이 미소를 띤 채 우리를 지켜보았고,
우린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국을 뜨자 숟가락에 뭔가 보였다.
감자와 파 조각 사이에 빨간색 캡슐이 있었다.
3학년 당첨자는 나였다.
여기저기서 짧은 박수 소리가 들렸고, 선생님들은 우리 여섯 명을 단상 위로 데려갔다.
교장 선생님의 간략한 훈시말씀이 끝나고 선생님들이 단상 뒤에서 칼과 방패, 창, 갑옷 등을 가져왔다.
우리 여섯 명은 선생님들이 손수 갑옷을 입혀주고 칼과 창, 방패를 쥐어줄 때까지 단상 위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저 멀리 영희가 울고 있는 게 보였고, 내 옆에 선 1학년 남자아이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우린 전교생에게 차렷, 경례를 하고 체육선생님의 뒤를 따라 강당을 나와 별관으로 향했다.
별관 지하로 내려가면서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고, 칼과 방패를 든 손이 아파올 때쯤 지하 5층에 도착했다.
체육선생님은 철문을 열고 우리를 들여보낸 후 곧바로 등 뒤에서 문을 잠갔다.
컴컴한 실내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어디선가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구석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움직였고,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불길 속에서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용이 우리 앞에 서있었다.
난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칼을 움켜쥐었다.
곧이어 6학년 언니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고 우리도 뒤를 따랐다.
어디선가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