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겨울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눈사람은 좋아합니다. 커다란 눈사람 말고 눈을 서너 움큼 모아서 몇 번 토닥거려 주면 금방 완성되는, 작은 눈사람 말이죠.
눈사람이 좋은 건 그 생김새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얀 동그라미 두 개가 얹혀있는 모양. 부드럽기보단 보드라운 그 느낌. 부서질까 봐 살며시 눈을 뭉쳐 조심스레 포개어 놓은 상냥함이 그대로 형태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하얗고 동그랗고 보드라운 걸 보고 있으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생각납니다.
여행지에서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검색할 때 동그랗게 부푸는 두 볼.
추운 날 제 주머니 속에서 꼭 맞쥔 아이의 동그란 주먹.
오랜만에 온 아들을 위해 베란다에서 생선을 구우시는 어머니의 동그랗게 굽은 등.
눈사람은 하얀 살을 파헤쳐도 온통 하얀 것들밖에 안 나옵니다. 아내의 부푼 볼에서 나오는 입김이 하얗습니다. 꼭 쥔 아이의 주먹을 펼치면 손바닥이 하얗습니다. 갓 구운 생선의 속살이 하얗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동그란 것들은 모두 속이 하얗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