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AF-D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5.11.

아파트 복도에 있는 창문으로 오전 햇살이 들어옵니다. 창문 밖으로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만 보이지만 햇빛 한 줌 들일 정도의 여유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창문의 모양을 띌 때 햇빛을 들이는 건 창문의 호의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두리가 만져지지 않는 도형은 테두리가 만져지지 않아서 단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는 하늘에 있지만 햇빛은 바닥에 있고 해는 밖에 있지만 햇빛은 안에 있습니다.

해가 있어서 햇빛이 있는 게 아니라 창문이 있어서 햇빛이 있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도 좋지만 다른 이의 빛을 전해주는 존재도 좋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햇빛을 움켜쥐려고 손을 내밀자 햇빛이 제 손을 움켜쥐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바닥에 오늘의 오전이 깔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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