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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eth Oct 05. 2020

의미 없는 개인의 흑역사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안

The Greatest Showman

"Based on a true story..." 나는 사실 이 말이 영화의 시작이나 끝을 장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의 첫머리에 나오면 "아 이 스토리는 진실이라는 틀에 어느 정도는 갇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끝에 나오면 "그럼 내가 본 내용 중 얼마만큼이 진실이었을까? 그때 그 장면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일까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공된 부분일까?"로 머리가 복잡해지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 한다라는 말은 그 무게를 안다면 쉽게 붙이기 힘든 그런 말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게다가 어떤 식으로든 역사적인 인물은 항상 명과 암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인물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에 따라 사실이 각색되기도 하고 재구성되기도 하며, 어떤 부분은 의도적으로  감춰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마치 진실처럼 덧붙여지기도 한다. 영화 위대한 쇼맨 이런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결코 불편함을 피해 갈 수 없는 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독의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실존했던 한 인물을 수용하여 완벽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낸 그래서 역사성을 완전히 걷어낸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종차별에 사기꾼과 같은 업가/정치인을 미화한 근본 없는 영화라는 식의 비난은 논란이 될만한 인물을 그의 역사적 시대적 위치에 그 무게중심을 두고  교묘하게 또는 무차별적으로 미화하는 영화일 때에 가능한 비난이다.


 위대한 쇼맨은 Based on a true story 보다는 What if...? 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피티 바넘이 이러한 마음과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의 와이프와 아이들이 이런 사람들이었다면? 만약 그의 아버지와 그의 서커스 단원들 그리고 그의 장인이 이런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는 이런 가정에서 완벽하게 새로 출발한다.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세상은 겉으로는 비슷할지언정 더 이상 같은 세계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서 평론가나 관객들이 봐야 하는 건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가가 아니라 이렇게 새로 재설정된 가상의 피티 바넘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감동적인 쇼 그리고 그것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유추해볼 수 있는 삶의 의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역사적으로  형편없는 한 실존인물의 흑역사에 대한 가장 독특하고 익사이팅한  대안인 것이다.


물론... 휴 잭맨이 훌륭한 뮤지컬(영화) 배우인가를 문제 삼는다면 난 논쟁을 피하겠다. 그에 대한 답은 정말 모르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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