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raine - twenty one pilots
-
같은 것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렇기에 토론은 유효하다.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 또한 유효하다. 동일한 책을 두고 의견을 나눠보는 것 또한 유효하다. 창작물에 대한 평가를 가능한 다양한 사람에게 받아보는 것 또한 유효하다. 평면 상의 x와 y로 나타낼 수 있는 좌표따위와는 다르게 각자가 가진 좌표의 원점이 다르기에 평가는 달라진다. 배경지식은 물론이요 살아오며 겪은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가지게 된 견해로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이 생긴다. 그것을 나눠보는 것.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반박당하는 것은 기분 나쁘기보단 기분 좋은 일이다. 단순히 내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단 최소한의, 그렇지만 확실한 성의표시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끝없는 논쟁이 펼쳐질 수 있다. 아는 만큼 근거를 가져올 것이며 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것을 고려할 것이다. 그렇기에 때론 과감하게 다른 환경에 던져두고 격하게 평가받을 필요도 있다. 새로운 곳에서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거나 그러지 못하더라도 나와 시선이 겹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 새로움 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글을 읽어주면 늘 감사하고 고맙다. 남들에겐 하찮을 극소수의 조회도 결국 관심표현이며 이들을 실제로 만나 의견을 나누다보면 반나절은 꼬박일지도 모른다. 내 글이 싫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니 그저 숫자로도 만족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늘 토론의 갈망을 느낀다. 생각이 많아진 주제를 두고 누군가와 온종일 얘기하고 생각에 잠기고 또 다시 싸움에 뛰어드는 것. 과거 학자들이 토론에 그리 재미를 느꼈단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고자 하면 기본적으로 해당 주제에 대한 최소한의 접촉은 있어야 하며 동일한 주제와 방향의 자료를 흡수해야 한다. 같은 표현에 다른 생각을 한다면 엇나가 버릴 수 있기에.
당신은 누군가의 의견을 어떻게 반응하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나 주장하는 바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펼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그 자리에서 멈춰서는가. 아니면 듣지않고 나아가는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조를 가지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불어 살기에 자신이 강할수록 적은 많아진다. 위처럼 말하지만 순종적이고 작은 사람을 선호한다. 대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위협적이진 않길 바란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극단성은 늘 파괴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중용을 찾고자 하니 그 여정은 과연 쉽지 않으리라. 언제 어느 상황에 지키고 포기해야하는지는 경험만이 해답을 줄 수 있고 그런 지혜를 지닌 이들이 옆에서 한마디씩 도와줄 것이다. 다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으니 삶에서 등장하는 천사와 악마는 사실 인간이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걸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이용해먹고도 남았을테니.
내 글들을 돌아본다. 한바퀴 돌다보면 지금은 달라진 마음과 생각들이 느껴진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만 내 마음도 나도 다 자라오며 시간 속에서 급류를 타다 더이상 내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너무도 열심히 삶에 치이던 과정에서 의문보단 빠른 확신을 통한 의견 피력이 당연시 되었고 그런 고민들보단 현재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그럴 때에 과거의 나를 돌아본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생각 속에서 조심스래 꺼내었던 소중한 내 의견들. 말도 못할만큼 소중하다.
당신은 내가 쓴 글 중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는가. 한번쯤 스크롤을 멈춰 세우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 있었는가. 또는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내가 쓴 글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백일장에서 상받던 실력들은 어딜가고 이런 식의 난잡한 글쓰기에 익숙해져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이제는 다른 글에 대한 평가를 하지도 못할만큼 좁은 시야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접한 작가는 가짓수가 너무 적고 더이상 참신한 질문도 떠오르지 않는다. 때론 이전의 고민에 살만 붙이고 거의 그대로 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늘 멈추지 않고 쓰려한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이 글쓰기의 본래 목적을 잊지 않고 충실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