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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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의도하지 않은 곡예 속에서 각기 다른 손으로 각각의 다른 일을 하며 쉬지 않고 앞으로 움직인다. 그렇고 그런 하루가 끝나면 뒤늦게 내가 저지른 실수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파편화된 기억들이 간신히 떠오르며 한숨이 나온다. 복잡해진 뇌의 시냅스 사이에 서로 다른 일들이 간섭하며 복잡하게 얽힌 서로 다른 일 모두가 어그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실수를 고쳐야만 한다는 것이 책임이고 그게 옳은 것이다.
덤벙대는 손 사이로 도망치듯 흘러나가는 내 핸드폰. 끝도 없이 바닥과 마주한다. 툭하면 어딘가 팔이나 다리를 부딪히고 나도 모르던 상처가 손등에 자리잡는다. 산을 내려가다 쉼없이 미끄러지고 급하게 바뀐 신호등에 발목을 삔다. 실수로 차선을 밟기도 하고 멍하게 있다가 내 역할을 까먹기도 한다. 뭐가 그리 정신이 없으면 계속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가. 쓸모없이 부유하는 먼지같은 생각들에 둘러쌓여 서서히 질식한다.
딴생각은 늘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힘들수록 그러하다. 산을 오르던 그 순간처럼 저 멀리서부터 아릿하게 풍기는 냄새처럼 생각에 잠긴다. 때로는 현재 이 순간을 떠나 시선을 내 마음 안으로 두는 것은 때때로 회피이자 휴식이다. 밀린 서류를 처리하듯 살펴보는 생각들 중에 결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 안대를 낀채로 걷는 거기서 거기를 빙빙돌고 있다. 명확한 지점없이 당긴 시위는 아무렇게나 쳐박힌다. 모든 것이 그렇다. 모든 쓸데 없는 생각이 그렇다.
너무 많은 생각이 너무 많은 고통과 실수를 안겨준다.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질식시킨다. 끝없는 생각에 치인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렇게나 생각할 시간이 없다. 아무렇게나 어질러놓고 그 중 필요한 부품을 찾아 블럭을 조립하듯 그런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딱히 없었다. 생각에 잠겨 노래를 들으며 해결할 필요도 없는 생각과 어떤 변화도 없을 선택들을 해야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조용히 가던 그 바에 홀로가서 노래를 들으며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바빴다고 하기엔 뭔가 내 손에 걸려있는 것이 없다. 시간은 많지만 여유를 둘 시간이 없었다. 늘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다는 집착이 남아있던 시간마저 공백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창조. 무의미함이 가득차버려 의미있는 것을 넣기 힘들어진다.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이 제자리 걸음은 아니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는 나아갈 수 있다.
명절을 기다린다. 딱히 특별히 쉬지도 않는데 기다린다.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쌓아둔 계획을 이행하는 것도 아니고 보상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앞에 있기에. 기다릴 것이 없어 기다리는 기분이다. 내가 여기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은 반드시 무언가를 기다리기 위해서 인 것처럼. 의미를 찾아 넣지 못해 급하게 끼워넣어 어떻게든 굴린다. 무언가가 주어져서 이뤄내야만 하지만 몸이 굳은 것 같다. 머리에 가득 찬 생각들이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무수히 바삐 걷는 횡단보도의 사람들처럼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고 의식하지도 않으며 도로 위의 차가 아닌 그저 신호등의 불빛에 의존해 나아간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구분하지 않고 급하게 주워담아 바구니는 이미 찢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산 그 자체가 중요하단 것을 알지만 그 집착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생각이 짧은 것이 아니라 그 짧은 생각이 너무나 많기에.
찾아낸 축축함은 사실 포근함에 숨겨진 것일까. 그렇게 대한다고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기에. 진실된 모습은 없다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딘가에 쏟을 지 몰라 무거운 대야에 한가득 축축함을 담고 이리저리 뒤뚱거린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아무도 모르게 비워내려고 한없이 걷는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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