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다.

花亭

by 노예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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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난 자리에 떨어진 컨페티같이 여운처럼 남는 감정을 달래기 위해 하나 둘 주워 집으로 돌아간다. 수많았던 감정과 느낌의 폭풍이 그치고 결국 남는 것은 그 공허함과 진공 속에 겨우 자리잡은 여운일 것이다. 그 모든 끝을 기리기 위해 한없이 기억하고 생각한다.


쓸모없는 것을 모으는 취미따윈 없다. 내 방안에 쌓인 것들은 결국 어떻게든 쓰여지기 위해 존재하고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했던 것들이 모여있다. 나에게 기념품이란 즐거움의 형상화라기보단 여운의 결정같은 것이다. 어차피 휘발할 기억들인 것을 알면서 그 끝을 위해 일종의 흰 국화같은 것이다. 내 꽃으로 만들어진 재단 위에 고이 놓일 것들. 그 물건들을 사용하고 낡아가며 내 나름의 제를 지낸다. 더이상 쓰지 못할 때까지 아낌없이 사용하고 그 끝에 마침표를 찍는다.


삶은 늘 뭔가 끝이 난다. 영원할 것 같던 친구 관계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졸업과 제대도, 나를 괴롭히는 끝없는 고통도, 지금 날 웃게하는 이 행복도. 그렇게 떠나 보내야 하는 것들이 앞으로 찾아올 것들에 밀려나 자리를 잃는다. 영원이란 이기적인 단어에 대한 벌인걸까. 세상은 늘 유한하고 소모적이게 설계되었다. 그렇기에 늘 힘들고 늘 어렵다. 변화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고 내 주변도 마찬가지기에 늘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변화할 수 없다. 내가 원치 않는 타이밍에 원치 않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삶에서 여러 비밀과 관계를 통해 다양한 모습, 다양한 수준의 연기를 해야한다. 때로는 누군가에겐 비밀로 해야할 사실들이 누군가에겐 또 자유롭게 오가는 얘기라면 적절한 수준의 눈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눈치는 결국 피로를 불러온다. 더이상 가까웠단 단순한 이유로 인연을 이어갈 의무따위 없는 나이가 되어서 그 선명함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는가. 이익조차 없이 그런 사회적 처세술은 봉사에 불과하다.


이기적인 것은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자기 중심적 주장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영악한 것이 아니라 멍청한 것이다. 바보같은 이들의 바보같은 행동을 이기적이란 고급진 포장으로 감싸지 말지어다.


그런 이들이 밉고 그런 상황에 화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싫을지어도 기릴 순 있다. 죽음과 엇비슷한 형태를 맞이한 모든 것은 그렇다. 결국 끝이 난 뒤에 나의 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잊지 않으며 동시에 생각하며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없이 닿기 어려웠던 것에 결국 닿아보겠지. 그럼 그제서야 내가 온 이 길이 그리 험난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유는 곧 생각의 여유가 되는 것이고 그 틈으로 이해가 가득 차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아물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 성숙해진다는 것이 순수함과 멀어진다는 것은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고 이면의 것들을 알게 된다는 것이며 이치를 깨달으며 오는 설렘의 부재가 탓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한없이 기린다.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내 손으로 끝낸 모든 것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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