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스포가 다소 섞여있다.
SF는 수단이고 보여주려는 것은 진실된 마음이다. 때론 가장 나와 닮은 것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가장 이질적일 수 밖에 없는 외계인을 가져온다.
마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로써 단 하나를 위한 모두가 모두를 위한 단 하나가 됨으로 극의 무게감이 남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느꼈던 외로움이란 감정과 더불어 느끼는 절망과 희망의 묘사가 백미다. 다만 헤일메리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암울하다. 남겨진 것이 아닌 던져진 것. 잡을 것도 잡힐 것도 없이 버려짐과 동시에 이유도 명분도 없을 도전을 요구 받는다.
과학적 의문들은 잠시 내려놓고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외계인과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는지. 같은 목적을 가졌기에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었고 그와 더불어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이스에게 지구는 살아왔기에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던 이들이 등을 돌리는 경험도 했던 그런 인물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을 위하던 인물에게마저 버려지는듯한 경험을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로키는 그런 그레이스에게 인간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인간과 다른 미지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이질감을 뛰어넘는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진심을 다해서 위했다.
과학적 고증이나 그런 문제를 접어두고 우리는 과연 어떤 부분에서 인간적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이 영화 속 로키의 모습을 두고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일까? 서로를 가르고 전쟁으로 살상하는 그런 모습도 인간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인간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가진 인간이 아닌 생물이 또 있을까.
로키를 보고 있으면 때론 AI가 생각나기도 한다. 감정적인 모습까지 어느정도로 모방해서 텍스트 소통이 가능한 AI들은 학습되었을지언정 인간의 모든 모습을 가장 잘 따라한다. 우리는 그런 AI를 두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소뇌의 역설에서 작성하였듯 이는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다. AI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상담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에 대한 욕구를 인간이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증명 아니겠는가.
도시에서 더 외롭고 가깝게 있지만 더 끊겨져 살아간다. 그레이스는 그런 사람 중 하나 아니었을까. 어쩌면 생을 바쳐가며 쏟아낸 주장이 한순간 거품처럼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신 곁의 이들도 하나 둘 떠나가던 것을 보면 의미를 잃지 않을까. 아이를 위한다던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살아가기에 살아가던 이였고 의미를 부여해준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더불어 믿어주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로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란 확신. 그리고 도움을 주기 위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에게 로키는 삶의 이유였을 것이다.
헤일메리는 우리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아가는지. 때로는 반려견 하나와 살아가며 굳이 연인을 두지 않으려 하는 이들이 로키와 그레이스를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