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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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부정은 그렇게 흐른다. 그렇게 부정은 찬란히 흐른다. 무서울정도로 따뜻하게 흐른다. 땅의 모양이 아니라 그저 지멋대로 흐른다.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흐른다. 끝도 없이
옛부터 집 뒷산을 오르기에 있어 늘 같은 길을 고수하며 봐오던 풍경이 있었다. 생각에 잠기고 싶어 오르는지 오르다보니 생각에 잠기는지 알 수 없을 정도즈음에 날 멈춰서게 하는 것은 그늘 하나 없은 너덜바위 한가운데의 노을이었다. 어느계절이든 따뜻했다. 따뜻하고 쳐다볼 수 있었다. 눈이 부시다기보단 눈끝마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차가운 바람에 몸이 식어가기 시작하면 다시 걸어야 함을 자각하곤 한다. 늘 그렇게 산을 다녔다.
걷게 하는 것은 따뜻한 햇살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이다. 끊임없이 걸어야만 춥지 않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으니. 부정, 그것은 따뜻하다. 그저 거기서 멈춰서고 싶게 만든다. 그렇게 하나 둘 옹기종기 모여 둘러 앉는다. 그렇게 추운 서로에게 부정을 나눈다. 바닥에 깔고 앉아 부정을 쫸다. 지나가다보면 보인다.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뭘 기다리는진 모르지만 기다리는 것이 분명하다.
부정은 지는 노을과 같다. 쳐다볼 수 있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겨울 침대의 이불같다. 그러나 이젠 따뜻함이 절대적인 답이 아닌걸 안다. 걸어야 한다면 반드시 걸어야만 한다면 더운것보다 차가운 것이 나으리라. 부정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부정은 너무도 쉽게 주변을 부정으로 물들인다. 말 한마디 표정 몇번이 쉽사리 분위기를 바꾼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찡그리게 하는건 쉽다. 그래서 우린 늘 긴장한다. 나의 사소함이 때론 불편함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때론 그 불편함을 내가 느끼기도 하기에 조심한다. 삐끗하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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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통증.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밖을 나서면 늘 언제 그랬냐는듯 통증을 까먹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 위에서 다시 상기한다.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단 것을.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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