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세상의 거짓열차

관성적 거짓말

by 노예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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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멈추지 않을 소리가 선로를 타고 울려 퍼진다. 눈 알갱이 사이사이로 바스라지는 작은 입자들이 차가운 금속 위에서 녹고 얼기를 반복한다. 그 위에 올라탄 이들은 어느순간부터 멈춰서는 안되는 기차를 마주한다. 기차 밖 세상으로부터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라면 세상은 위험한 곳이어야 하는 이상한 논리에 갇히게 된다. 거짓된 모든 것들이 원인과 결과를 뒤튼다.


어쩌면 너무도 완벽한 현재다. 이미 익숙해진 지금의 순간, 뭔가 과거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왔다. 무언가를 외면하고 고립된 자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첫 단추의 흔적이 현재의 단계까지 늘어서 이어진다. 완벽할 것만 같은 금속의 정원, 이 따뜻함이 나를 눌러 앉게 한다. 욕심은 그렇게 하나 둘 부품에 녹이 슬게 한다.


세상은 차갑다. 차갑고 춥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따뜻한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라는 문장이 반드시 참이이어야 한다. 그렇게 내 세상이 굴러가는 것이다. 세상은 내게 너무도 가혹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거짓된 열차가 끝없이 굴러갈 수 있다.


부품은 녹이 슨다. 완벽한 줄 알았던 논리도 서서히 무너진다. 거짓은 모래 위의 철옹성, 한때의 강인함은 늘 흩어지고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다. 때론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따스함을 위한 거짓을 말한다. 내가 얼어죽기 싫어서 그런 말들을 한다. 그게 차라리 나을까. 아니면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 나을까.


이 영원의 질주를 지금이라도 멈추는 게 맞는 것일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오래 달려온 지금. 우리는 멈춰서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 것도 안보이는 이 곳에서 창문조차 모두 가리고 무엇에 안주하는가. 어떤 것이 주저앉게 만드는가. 또다른 사실을 직면하기 위한 용기를 어때서 잃어버렸는가.


진실을 마주함이 괴로운가 거짓임을 구분할 수 없음이 괴로운가. 내가 마주한 것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한가. 모든 진실은 때론 너무도 잔인하지 않은가. 비밀이란 이름의 금고를 열어서 일어난 일은 열어본 자의 과실인가 숨긴 자의 과실인가. 잔혹한 진실과 따뜻한 거짓. 그 사이 혼돈의 현재.


뒤틀린 나무의 뿌리들처럼 무언가를 쥐어짜는 형상으로 심성이 꼬이는 것 같다. 한번 그렇게 모양을 잡으면 끝없이 꼬이기 마련이다. 풀어낼 수 없을만큼 도달하면 그때부턴 끊어낼 수 밖에 없다. 엉킨 머리카락을 온종일 붙잡고 기다린다. 더 많은 것들이 엉겨붙고 끼여서 커져간다. 매일매일 잘라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자르지 못한다. 그것은 나약함인가 아니면 생존본능에 의거한 당연함인가.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


착함은 늘 꾸밈 아래에 있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던 것을 본래 그런 것처럼 꽁꽁 싸매면 평생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속삭임이 끝나길 기다리는가.


내가 출발시킨 기차 위의 또다른 나. 수많은 기차들과 각자의 세상. 때론 부서지고 폭발하며 나뒹굴고 때론 너무도 오랜 기간 달려온 나머지 세상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사실 그렇게 세상이 추웠던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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