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강평

ICSG - 사뮈

by 노예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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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과정보단 이미 다 끝이 난 뒤에서야 확실해지는 편이다. 과정의 중요성보단 겉으로 비춰지는 결과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야 모든 것을 모든 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까.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화면 앞의 전지전능한 청자만이 진실되게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럭저럭 살아오며 가장 내가 불타올랐던 대학시절의 시간이 이제는 내게 결과지로 나타났다. 졸업과 동시에 떠나간 나의 육체는 차마 모든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늘 그리움에 잠겨 살도록 하였다. 지난 연말 행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그래도 나를 가리키는 그 손가락들이 검지가 아닌 엄지였단 점이었다. 마음에만 두지 않고 직접적으로 내게 좋은 시간이었고 다시 봐서 반갑단 말을 해주던 그들로부터 너무도 큰 선물을 받았다. 내가 아끼고 챙겨주고 위했던 마음의 순수성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던 그 시절, 고통 속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내고 얻어낸 편안함이 행복이 되었다.


다시 돌아보면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 그때 당시에 짐작조차 못했던 것들이 나를 표현하고 설명한다. 나는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해온 행동들로 평가된다. 때론 너무 가혹하다 싶을만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는 내 행동들의 의도가 과연 순수하였는가. 어디까지 진실됨이고 어디까지가 꾸밈이었는가. 내가 댓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있진 않는가. 은연 중 보상심리가 작용하진 않았는가.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지치지 않을 수 있던 것은 내가 영화 찍는 것을 사랑하고 그만큼 내 동아리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소중한만큼 난 내 동아리를 위하고 헌신했고 늘 해도해도 부족하고 모자라단 느낌이었다. 4학년때도 내가 4학년만 아니었다면 임원을 하고 싶었다. 그 이름으로 함께하는 그들이 좋았고 그 덕에 내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촬영 기술과 용어따위는 절대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함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헌신해본다는 것은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가끔은 내가 뭣도 아닌 시절. 내가 바라봤던 누군가의 등을 상상한다. 어느 집단에서는 우상처럼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고 그와 동시에 무심코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이들이 생긴다. 나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였고 어쩌면 이젠 그 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행사 때 그렇다고 얘기한 친구가 하나 있었기에 그런 의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모범아닌 모범이 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그게 그와 맞지 않거나 잘못된 것일지라도.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깨닫지 못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처럼. 그리고 과정 속에 변해가면서 그 과정 속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존재이다. 그렇기에 내가 쌓아온 덕으로 칭찬 받아도 그때의 내 공이지 지금의 나라고 못해낼 수도 있는 일이기에 겸손해야 한다. 늘 겸손하고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나를 뒤따르려 한다면 더욱이 조심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줄기는 만나는 모든 이들과 같이 서로 꼬여가며 자라는 덩쿨과 같다. 내가 맞닿은만큼 서로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그의 일부도 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환경이 중요하단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받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주게 된다면 의도하지 않은, 모른 채로 그의 삶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 오만한 생각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그것이 때론 두렵기도 하다. 나를 멋지다고 여기는 이가 나를 무턱대로 따라한다면 그에 대한 부작용이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가 이 동아리에 들어와 나와 친해진 이유로. 물론 매우 쓸데 없는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졸업 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행사로 가게 되면 내가 다시 그 일원이 되고플 줄 알았다. 다시 굶주리고 다시 불타오르면 좋겠다고 여길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단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떠나온 뒤로 막내같던 동생들은 이미 선배라인으로 들어선지 오래고 챙김받던 이들이 누군가를 챙기고 있었다. 내가 열정적이었던 만큼 더 열정적인 친구들이 보였고 굶주린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그런 그리움에 빠지기엔 내 앞에 놓인 길이 한참이고 그렇다고 힘들거나 고통스럽진 않았다. 지금도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내며 동아리 시절의 굶주림을 느끼고 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뒤돌아보지 못했던 친한 인연들도 많았다만 그만큼 내 삶의 내 일이 더 중요하다.


영화는 늘 다시 만들고 싶다. 그때처럼 다같이 놀러다니고 싶다. 다만 내가 좀 더 완전해져 하나의 사회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되돌아 볼 여유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은 취미의 영역에 남겨두고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을 위해 돈을 벌어가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농담하며 웃고 넘길 수 있게 함인 것 같다. 그렇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해봤고 임해봤기에 나는 늘 다시 내가 좋아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었고 그런 내 갈망이 나를 그만큼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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