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저는 가끔, 때때로, 혹은 자주 끝을 생각합니다. 우울함에서 파생되는 끝과 행복에서 파생되는 끝. 다행히도 둘 다 생각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삶을 사는 동안 생각했던 끝의 비율은 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죽음 이후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런 것은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더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이 선택을 실행하기 전 이 글을 남기는 일이 제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은 더 살고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온 평범함에 속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무엇이 저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운 걸까요. 그들은 왜 나를 싫어했고, 나는 왜 그 사실에 상처를 받았고, 이유를 모른 채로 굴러다녀야 했던 그날들을. 나는 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었을까요. 나의 노력으로 무엇을 바꾸고 싶었을까요, 무엇이 나를 자만하게 만들었을까요.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그 꿈을, 저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루려고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미친 듯이 달려왔습니다. 쓸리고, 베이고, 깎이며 그렇게 목표를 이루려 했습니다. 사람의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저 더 살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나은 마음으로 살고 싶었기에 현실이라는 벽보다 낭만이라는 추상적 단어에 눈을 돌리고 애써 모른 척해왔습니다. 당신들이 나에게 날카롭게 다가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용하여 당신들을 채우기 전까지 말입니다.
제가 너무나 작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굴러다니는 이런저런 것들과 나를 조금 더 무거워 보이고 힘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몸에 두르고 표정을 지었습니다. 모두가 속기를 바라며 그렇게 연기라는 것을 해왔습니다. 억지로 웃음을 지었습니다. 과장해서 없는 감정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속은 텅 빈 채로 말이죠. 이제는 압니다. 내가 당신들을 속인 것이 아닌, 당신들이 나에게 속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나는 나에게 솔직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나를 끝까지 보잘것없이 만들었습니다. 나는 괜찮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증오는 한 번에 몰려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오는지도 모르게, 그러다 결국 나를 잠식합니다. 나는 나를 증오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마음은 시간과 공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멋대로 찾아옵니다. 이러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무섭고 부끄러운 마음에 나만 알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피하다 보니 저의 방이 저의 온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니, 온 우주가 되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을 알기에 온갖 마음들을 밖으로 꺼냈습니다. 말은 밖으로 날아가 공중에서 분해가 되었고, 내 입을 떠난 모든 말들은 그저 공기에 섞여 잊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런 것들을 갈망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말을 삼키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을 원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당신들을 싫어해서, 미워해서, 홀로 고립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럴까 봐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들을 싫어하고 미워할까 봐 홀로 고립되어 나의 말들을 나만 들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안쓰럽게 볼까 봐, 그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하지만 반대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숨어버리니, 당신들은 나를 찾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았고, 안쓰러워했고, 도움을 떠난 과한 친절을 베풀며 당신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미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도 미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역겨웠습니다. 차라리 수많은 사람들 속에 숨어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생각합니다. 나의 선택에 후회가 밀려옵니다. 물고기를 피하려다가 먹잇감을 쥐어준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을 행동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더러운 손길이 몰려들어왔습니다. 당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한 사람의 성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자면,
위로와 참견은 나에게 같습니다.
당신의 위로가 나에게는 칼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참견이 나를 밀어버렸습니다.
나의 추락.
나의 좌절.
나의 끝.
나의 죽음.
매일 밤 그었던 수많은 선들이,
당신들에게 행복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