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꿈인 것만 같아서 그게 불안했었어
지나간 사랑을 모두 잊으려 했지만 그리고 거의 그렇게 되었지만 너의 사랑은 잊으려 할수록 내가 가진 미안함만 계속해서 커진다.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나에게 너는 늘 마음을 입으로 뱉고 나에게 들리도록 부족함 없이 주었다.
당시 나는 너와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몇 번의 연애를 한 후 너를 만났지만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을 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네가 갑자기 없어지면 내가 다시 홀로 서지 못할까 봐, 너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지키는 데에만 급했다. 이런 나의 섣부른 행동이 네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작아지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경험해 보고서야 깨달았다.
너는 울면서 말했다. 나를 좋아하느냐고. 너무나 좋아했다. 말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무서움에 움츠러들어서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나에게 많이 있다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너는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힘들다고 했다. 자신에게도 들리게 말을 해달라고 말했다.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건 겨우 편지에 나의 마음을 담는 것뿐이었다. 그런 편지를 너는 너무나 고마워했고 나는 그런 너에게 고마움이 아닌 미안함과 죄책감만 쌓여갔다.
몇 년의 시간을 너와 함께 보내고, 한순간에 너는 네가 아닌 것처럼 차갑게 나를 떠났다. 그제야 나의 잘못을 알았지만 너무나 늦은 후였다. 나의 두려움은 너에게 상처를 주었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너에게 상처를 준 나는 차가워진 너에게 상처를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고 너와 내가 되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너의 소식에 때로는 무너졌고, 네가 말해주던 사랑이 너무나 그리웠다. 다시 받지 못한다고 하여도 이제는 내가 말해주고 싶었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너도 이젠 내가 두려워졌다고 했다. 나를 사랑했던 것이 너무나 상처였다고 말했다.
너와 헤어진 후 다른 연애를 시작하며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 없이 마음을 다 주고 싶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택했다. 너를 사랑했던 마음이 기억으로 바뀌어 잊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너에게 받았던 사랑도 잊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주었다. 그와 이별을 택했을 때, 그때 차갑게 돌아선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에게는 남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모두 주었으므로. 나도 그에게 마음을 모두 주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게 사랑을 주었으므로 어떠한 망설임과 머뭇거림 없이 돌아서서 이별을 걸을 수 있었다. 아무런 미련 없이 그렇게 돌아설 수 있었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며 때때로 네가 느꼈던 외로움을 느꼈다. 불안함과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번갈아가면서 일렁이는 마음의 파도도 느꼈다.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너를 사랑했지만 너는 외로웠고 나는 풍족했다. 너는 마음을 모두 비워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고 너와 헤어지고 난 후 몇 년 동안은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에 울었었다. 사랑을 해왔지만 풍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외로웠다. 그럴 때마다 네 생각이 났다. 나는 지금 벌을 받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변화시킨 너의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네가 나를 사랑한 후 사랑을 뱉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을까 걱정이 든다. 네가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걱정이 든다. 받는 것이 낯선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너와 나로 바뀐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너의 소식을 듣는다. 이제 너를 사랑하진 않지만 진심이 담긴 걱정이 들고 사랑했던 기억은 내 속에 아직 남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다. 나는 너에게서 배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가지며 사랑을 하고 있다. 나도 그때의 너처럼 보이는 사랑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표현을 받지 못하고 확실하지 않은 마음에 희망을 가지며,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벌을 받고 있다.
이런 나를 네가 본다면 어떠한 마음이 들까 생각한다. 속이 시원했으면 좋겠다. 나는 모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노력해 보겠다는 말대신 뱉어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나의 용기 없음을 감춰버렸기 때문에.
사랑을 주는 법과 표현하는 방법을 너에게서 알았다. 용기 있는 마음을 너를 떠올리며 가졌다. 상처를 받는 것은 표현을 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상처를 받지 않으려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게 나의 모든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너를 닮아가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변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아낌없이 넘치는 사랑을 주었던 네가 너무나 멋진 사람이었다고, 덕분에 나도 그 길을 걷고 있다고.
편안하게 너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이고 들리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내가 너무 늦게 너의 마음을 알아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