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by 기연

어떠한 지겨운 시간들이 지나가면 새로운 지겨운 시간들이 다가온다. 지겨운 시간을 담을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오래된 기억은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시간들의 방으로 옮겨진다. 돌아가고 싶은 시간들이 간직되어 있는 방은 끝없이 넓기에 추억할 거리가 많아짐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 찾아온다.


방금 지나간 일들, 가까이 있는 흘러간 시간들, 겨우 끝났다 생각한 시간들이 다시 시간이 흘러 무뎌진 기억들이 되면 이상하게 좋았던 것들만 걸러진 듯 너무나 아름답게 남아있다. 그것이 내가 과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들도 있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을 때, 내가 너무나 작아서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을 때. 하지만 지금 이 마음과 어느 정도 성장하고 단단해진 마음들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면, 큰 마음을 먹고 돌아가 힘껏 나를 안아주고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괜찮다고, 다가올 날들은 조금 더 빛을 담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너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고, 다가오는 시간들은 끝을 알 수 없기에 소중하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나 없이 존재할 수 없기에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고, 지나갈 시간들은 나 없이 시간의 흐름을 지나칠 수 없기에 내가 서 있는 삶이란 시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 된다.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올 때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또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을 버릇처럼 하고는 한다. 프리랜서 직업상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의 계획을 잡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원이 가지고 있는 반복되는 지겨움 같은 것은 확실히 적지만, 반복되는 불안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 삶이니, 누구를 잡고 물어볼 수도 없고,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신’이라는 존재에게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떠나보내고, 계속해서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것을 반기며 그렇게 걸어가는 것. 그런 것이 사는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날들을 맞이할 수 있는 평온한 마음과, 요동침을 이겨낼 잔잔한 물결을 지니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는 것. 그게 맞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너무나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작을 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삶. 매일매일 바뀌는 생각들에 매일매일 익숙해지고 낯설어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어쩌면 줏대 없게 느껴지고 길을 잃기도 하지만, 길을 잃고 다른 길에 잠시 들렀을 때 신기하고 기분 좋은 낯섦이 드는 삶. 그게 나의 삶의 모양인 것 같다.


고민과 불안함이 드는 삶은 너무나 당연하다. 앞길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세상에는 100% 확신과 정답은 없기에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대신 의도치 않게 좋은 것들을 얻는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을 발견하고 잡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좋은 것들을 행운이라 여기며, 불안함을 기대감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를 지나갈 시간들이 가지게 될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