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

삶에 지친 그대여 울어주세요

by 기연

위로가 필요한 날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몸이 무겁고, 버거운 것들이 한 번에 몰려오는 기분이 드는 날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말하고 싶지만, 말을 하기에도 벅찬 날들. 그런 날들을 맞이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글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하루하루가 시험과 숙제처럼 느껴졌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해내야 하고, 원하는 것을 좇아서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그렇게 사람과 일과 삶에 치여서 너덜 해진 스스로를 마주하고 눈치를 챘을 때, 애써 쌓아 온 마음들이 모두 무너져서 그 아래에 깔리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날들이 있습니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날들인가 봅니다. 그래도 멈추어 쉬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쉬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달려가지 않고, 누군가가 앞서갈까 봐 걱정하지 않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들의 길과 속도가 있고, 나의 길과 속도가 있다는 것을. 굳이 누군가를 이기거나 밟지 않아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속도에 맞춰서 살고 계신가요. 궁금합니다. 조급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괴롭히며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듭니다. 힘들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뱉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힘들다는 것은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 지쳤다는 것은 그만큼 알차게 살아왔다는 것이니까요.


다른 글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멈추어도 괜찮다고, 다 괜찮으니 조금만 쉬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안일함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짐은 늘어만 갑니다. 책임에 짓눌려서 날개를 펴지 못합니다. 애초에 날개라는 것이 있었나, 내가 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꿈을 펼치고 자유롭게 사는 것은 나를 아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모든 일이 끊기고 유일한 수입이었던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를 당하고 순간적으로 겁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포기를 하고 가장 아꼈던 작업실까지 포기를 했었습니다. 돈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했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길을 잃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꿈을 가지면 안 된다고, 돈을 벌어야 꿈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어떠한 현실주의자는 앞서 제가 생각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청춘이라는 단어도 좋아합니다. 초록빛이 도는 어딘가에서 훨훨 날아서 자유를 향해 날아가는 모양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낭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현실의 짐에 숨겨져서 보지 못할 뿐, 우리는 모두 낭만과 청춘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현실에 부딪히고, 앞선 걱정으로 인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더 먼저 무언가를 쟁취하려 애쓰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한 소리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가서 쟁취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과 후회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쉬어가면서 힘들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할 힘이 모이면 그때 다시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는 것들이 많은 삶을 쟁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쉬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최근 들어 아주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 내고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집에서 쉬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유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었습니다. 바쁜 나날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우울이 모습을 보이며 잠식당했었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일이니, 저는 앞서 말한 일들을 잘 행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편하려면 주어진 일을 모두 끝내고 다가오는 불안감도 이겨내야 비로소 편해질 수 있습니다. 참 어렵고 모순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하루와 삶이 낭만적이고 청춘이라는 단어처럼 푸릇하게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기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좋다면 혼자 있는 것을 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쉬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위로가 될지, 오히려 불안감을 불러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글을 쓰는 제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있기에, 저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들이라고 생각이 되기에,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글을 써봅니다.


포기하기 전에 쉬면서 주위를 둘러봐주세요.

당신이 걸어오고 달려왔던 길에 대해서 칭찬해 주세요.

잠시 쉬어가세요 (쉬어가세요 가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