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마음을 적어주겠어
너와 사랑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모두가 그렇듯 나의 사랑이 가장 특별해 보였다. 너와 나누던 대화와 보냈던 시간들은 잊히지 않고 내 귀와 내 몸에 남았다. 마음에 무엇이 씐 듯이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했다.
너는 믿음을 무서워했다.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했다. 내가 떠나갈까 봐, 정확히는 네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날들이 올까 봐 나와의 거리를 넓혔다.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 늘 내가 먼저 너에게 다가갔고, 너의 손을 잡고, 마음을 표현했다. 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처음 너와 사랑을 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외로워졌다. 계속해서 비워져 가는 마음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채워지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너의 어떤 무엇도 나를 채워주지 않았다. 너의 시간에는 내가 없었고, 네가 뱉은 말에 나에 대한 사랑은 없었다. 같이 헤엄쳐가는 줄 알았던 여정은 나 혼자 휩쓸려가는 길이었고, 그저 너의 삶 안에 내가 뛰어든 것 같았다. 너는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마치 내가 지쳐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사랑한다는 말과 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러한 글을 적는 내가 너무나 초라하다. 사랑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너를 포기해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나에 대한 간절함 따위 가진 적 없는 사람 같았다. 덕분에 나는 다시 깨달았다. 믿음은 늘 나를 배신한다는 것을.
어리석은 날들은 꽤나 긴 시간을 채워나갔다. 생각보다 나는 더 어리석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어리석다는 것은 그럼에도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알 수 있었다. 기울어진 사랑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바보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너에게 사랑을 말한다.
덕분에 말랐던 눈물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쁨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날들은 나에게 배신이라도 하듯 슬픔과 좌절로 돌아왔다. 내 삶에서 진한 믿음이 있다. 늘 행복하면 불행이 따라온다는 믿음. 그 믿음은 너로 인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고, 옳은 믿음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직은 그러고 싶다. 너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마음 따위 없지만, 계속해서 채워지는 마음과 사랑이 있다. 너를 미워하지만 그보다 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이기적인 것일까. 아니다. 나는 무서울 뿐이다.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너를 놓는다고 하여도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결국 내가 될 테니까.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네가 힘들다고 말할 때 눈물이 났다. 그저 나는 너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슬프게도 너는 나와 있지 않을 때 잘 웃었다. 내가 없을 때에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와 함께 있던 너는 늘 무표정이었고, 지루하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네가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저 바람과 꿈으로 끝났다. 나를 향한 너의 웃음은 꿈에서만 볼 수 있었다. 오로지 나의 상상 속에서.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너의 마음이 나에게 느껴졌을 때 내가 어떠한 좌절의 마음을 가지고 이 사랑을 후회했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너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고. 나를 걱정하느냐고. 나의 울음이 너의 마음을 속상하게 만드냐고.
시작은 함께했지만 지금까지 걸어가고 있는 것은 나뿐인 사랑을,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운마음도 사랑이라 생각하기에 너를 미워하지 않을 때 나는 너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마음이 너무나 버겁다. 사랑을 하면서 외로움까지 안아줄 수 없는 이 좁은 마음이 안타깝다. 나는 사랑을 받고 싶었다. 이제야 사랑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는데, 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다. 나는 너의 곁에 있을 때 모든 것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사랑이라는 것밖에 가진 것이 없는.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된다.
너는 나를 사랑했던 것이 아닌, 그저 너에게 사랑을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의 하루, 나의 시간, 나의 아픔에는 눈을 가린 채 네 마음에 쌓여 가는 나의 마음을 가두고 지키는 것에 급급해 보였다. 너덜 해진 마음을 가져버린 나를. 너를 미워하지 못하는 나를, 상처 내고 있는 나를. 너는 끝까지 바라보지 않을 것 같다. 너의 방어로 인해 나는 여전히 지쳐가고 있다.
이유 없이 찾아온 사랑은 이상하리만치 나를 가두고, 나는 그런 사랑을 바보같이 또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나 모자란 사람처럼 너를 사랑하고,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오늘도 난 너의 꿈을 꾼다.
나에게 웃어주는 너의 표정을,
차가워진 나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는 너의 손을,
나에게 사랑을 말하는 너의 입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