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마음은 너무 무겁다.

by 기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요즘이다.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고, 또 해내고 있지만 딱히 무얼까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가 불투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고갈된 느낌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저 얹혀가고 있다.


이런 마음은 주기적인 슬럼프로 다가온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왔던 음악도, 확신에 차서 했던 나의 취미와 일들도 모두 헛수고인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다가 확신으로 바뀌는 기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무표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일을 할 때는 가면을 쓴다. 어느 것조차 나의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도망가고 싶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다음 달에 제주도로 홀로 여행을 가지만 그 사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참 미지수다. 그리고 그 여행이 끝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도 없어졌다. 난 지금 무기력하고, 힘들고 지쳤다. 많은 것들을 이고 지고 다니며 나의 자리를 넓혀왔지만, 그 자리는 너무나 넓어져서 편안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빅데이터상으로 이 마음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서 잠시 사그라들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후에는 이런 생각을 했던 날들이 후회로 다가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생각하며 이겨내기에는 지금이 너무 힘들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독립적이게 느껴지지만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에 나의 감정을 몽땅 털어 넣고 소위 말하는 '똥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의미도 없이 감정을 쏟아내며 글만 쉴 틈 없이 써 내려가고 있다. 처음에 글을 쓰기로 했던 마음가짐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 정도이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마음에 이렇게나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지금의 내가 너무나 한심하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주는 것만 같아서 내심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나의 글이 불안정하게 읽힌다면 다행이다. 나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이 되어있다는 뜻이니까.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에 올렸던 글들이 나의 무기력함과 우울이 극심하게 드러나 있어서 나를 그저 어둠에 가득 차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 든다. 생각보다 나는 밝은 사람이고, 내가 밝은 것을 좋아하고 내가 웃는 것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에는 통 웃을 일이 없다. 오히려 울고 싶은 날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버티는 것을 미련히도 잘한다.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나 일을 할 때의 참을성은 그 누구보다도 좋은 편이지만 요즘따라 번아웃이 오면서 예민함이 나의 버팀을 이기고 있는 기분이 종종 든다. 갑자기 달려드는 무서운 생각들과 나를 짓밟는 자존감 하락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모조리 태워버린다. 그곳에는 재만 남고, 밝았던 용기와 반짝였던 물음표들은 사라져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나의 마음을 나의 글만큼은, 나만큼은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을 올리는 시기에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만약 나의 걱정을 한다면 이제 괜찮아졌구나라고 생각해 주면 참 고마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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