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약해질 때.

by 표시형

삶이 힘들 때,

난 지금 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의 일기를 꺼내 본다.

그 때를 이겨낸 마음 가짐을 살펴보면, 지금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공유할 두가지 일기는, 내가 투병생활을 할 때 썼던, 그리고 투병생활 후에 업무에 복귀해서 힘들었을 때 쓴 내용들이다.


요즘 난 약해졌다. 이제 강해지자.


분명히 힘들 수 있고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병실에 누워있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박수를 치면서 대견해 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 포기할 수 없다.

1년 전의 일기에서도 난 괴로워 했고, 2년전의 일기에서도 난 괴로워 했다.

하지만 끝내 성취해냈고 여기까지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최근 많이 지쳐서,

가지고 왔던 것들을 욕심들을 버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아팠던 것은 몇 개월간 지속해왔던 인현 느와르 모임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잘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아쉽다는 표현을 하기도 염치 없는 것 같았다.

여기서 참 많은 추억이 있었다. 인현시장에서 다함께 손바닥을 모으고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었고, 재선이형은 스트레스에 쩔어 작년 이것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며, 시오는 학교를 휴학하고 올라와서 나중에는 꽃도 팔았다.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혼자 남아 그냥 맥주를 한캔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약해진 내 마음을 보며 정말 나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게 하고 싶어서 포기하고 싶은 것인지, 계절탓인지 등등을 생각했다.


예전 열기 초창기 때부터의 카톡을 읽어보았다.

그때도 미친듯이 일했고, 일기에는 힘들다고 도배되어왔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지금 힘든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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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막연하고 두려웠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과연 가고 있는 것인지 조차 뚜렷하지 않아 불안했다.

하지만, 여기서 난 '나를 돌아보니,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멈춰야 했다.' 라는 식의 결말을 내고

지금까지 해온 모든일들을 배낭여행으로 치환한 채 그렇게 그는 세계일주를 떠났다는 식의 마무리를 짓고 싶지 않았다.

난 모든걸 포기하고 여행을 떠났다. 라는게 사실 그렇게 큰 대단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여행'을 듣고 박수를 치는 일은, 흘러가는 내 인생은 침대위에 뉘어놓은채 티비를 보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하던일을 멈추고, 돈을 털어 비행기표를 사고, 떠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일기장에 '참 잘왔다' 라고 적으면 더할나위 없다.

정말 어려운 일은,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때때로 주말이면' '비행기표를 사고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돈을 버는건 쓰는거 보다 어렵고, 절약 없이 산다는건 절약하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니까.


난 그쪽이 훨씬 크고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실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아프다.

오후 11:02분. 앞으로 약 아홉시간 뒤면 난 다시 수술실에 눕는다.

"설마" 라는 생각이 결국엔 날 두번이나 하반신 마취 시켰다.

23살 "설마"가 한번 내 눈을 가져갔음에도 난 같은 실수를 저질렀고.

이제 난 다시 엄지 발가락을 남의 칼에 맡기게 되었다.

아픔이 무서운건 원망하게 되어서다.

처음, 나를 원망하다. 신을 원망하고. 주변 사람을 원망하고 결국에는 온갖것들에 책임을 부여해가며 내 자신을 불쌍하고 운없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간다.

더 이상 난 내 발을 쳐다보며 "이깟 상처쯤이야"라고 쿨한척 웃을 수 없고.

시형이 발가락 짜르게 생겼네 라는 아버지의 다소 거친 유머에 동조 할 수 없고.

그러게 조심하지 그랬어 라는 어머니의 슬픔어린 핀잔에 무뚝뚝할 수가 없다.

지금 내 꼴은, 홍콩 영화 속, 배경처럼 등장하는 무기력한 마약중독자 조연 같은 꼴이다.

자기합리화는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방법이다.

결국에는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기 합리화임을 알고 있음에도, 부정적인 생각과 자꾸만 남에게 내 감정적 무게를 떠넘기려하고 있다.

오늘도 그랬다. 의사의 무뚝뚝한 진단이 무서웠고, 오랜만에 다시본 내 찢겨진 발등이 끔찍했고, 어머니의 눈물을 피하고 싶었다.

지금 난 너무 두렵다. 다시 한번 내 등뼈에 깊게 박힐 큼직한 마취주사가 두렵고. 이미 찢겨져 너덜너덜해진 내 발등을 예리하게 찢고 들어갈 의사의 메스가 두렵다. 혹여나 생길지 모르는 의료사고가 걱정되고 수술이 끝난 후 내 몸에 달려있을 소변줄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수치스럽다.

매번 습관처럼 말했다. "모든건 결국 나에게 달렸다"고

하지만,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두려운 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은 그저 자기전에 걸려온 재선이 형과의 통화, 못난 아들 병수발 드는 어머니의 주름과, 아들 앞에서 수술비는 걱정말라는 아버지의 당당한 목소리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일 뿐이다.

이번 실수로 인해, 잃은 것들 만큼 내 삶에 단점을 지워나가고 잊지말아야 할 교훈들을 기억해야 한다.

담배를 피워선 안되고, 하지말아야 하는 일은 하지말아야 하며, 어머니가 걱정하는 일은 고집을 부리지 말고 포기해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해야 하며, 여전히 내 주변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끔찍한 상황에 마주하더라도 피해선 안되며, 스스로 감내하고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수술로 난 더욱 강해질 것이며,

난 더 멋진 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inpoche

오늘의 변화.

정말 힘들었음에도, 일기를 썼다.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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