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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Mar 13. 2017

 대표의 얼굴

오랜만에 글을 쓴다. 

왜일까 요새는 참 글을 쓰기 싫었는데, 오늘 따라 쓰고 싶다. 

생각이 글을 쓸만큼 쌓여서 풀어내도 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일까. 

이 이유도 있겠지만 오늘 굉장히 인상 깊었던 누군가의 글을 봤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쓰고 싶은 기분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글을 쓰지 않은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벌써 4월을 생각하며 살 정도로 바삐지냈다. 

하지만

삶은 나아졌을까? 내 고민들은 해결되었을까? 나는 성숙해졌을까? 라는 대답에 

어떤 답도 할 수 없다.

계속해서 의문과 고민은 쌓이고, 난 가슴속에 이것들을 묵혀놓고 있다. 

푹 익혀놓고 있다보면, 잘 익어서 먹음직스러워졌을 때 그 때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익어가는 내 고민들을 해결해 보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노력했다. 

배울점을 찾고, 내가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많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배움보다.

그들 얼굴에 서려있는 인생의 고단함이다. 


대표의 얼굴만큼, 삶이 묻어나는 얼굴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대표의 얼굴에 대해서 쓰고 싶다.


몇년 전, 수천억에 회사를 엑싯하고 지금은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를 하고 계시는 훌륭한 선배 창업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얘기가 있었고, 배움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지금 내 마음 속에서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그 대표님의 '얼굴'이었다. 


피곤해보였고 고민이 많아보였다. 


어렸던 나는 그때 생각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의 얼굴이 왜 이렇게 피곤해보일까? 표정이 어두워보일까.


커다란 부도, 명예도 그 분의 풍부한 인사이트도 아닌 그 얼굴이 계속해서 떠오를 때가 있다. 


최근에도 한 대표님을 뵐 수 있었다. 전문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낸 성공한 회사의 대표님이었다. 

그 분과 식사를 하는데 난 그 분의 얼굴에서도 같은 표정을 보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자꾸 그 얼굴들이 겹쳐서 보였다. 


그것이 대표의 얼굴인가? 라고 생각해본다. 


약속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화장실에 들려서 내 얼굴을 보았다.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난 아직 성공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내가 보았던 '대표의 얼굴'이 내 얼굴 속에 있었다.


왜일까.


모르겠지만 한 가지 생각은 떠오른다.

예전에, 수천억원에 회사를 엑싯했던 대표님을 보았을 때 난 그 사람이 부럽지 않았다.


#

웃긴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경영'에 대해 이전보다는 많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추상적으로, 글자로만 떠돌던 단어들이 구체화 되어 내게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장규모, 확장성, 마진율, 영업이익, 내부관리, 운영, 기업문화 같은 단어들이 구체화되어 느껴진다. 

하지 않았던 고민들이 늘어나고,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느린 사람인 것 같다. 4년차가 되어서야 이런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커다란 단어는 '비전'이다. 

비전은 경영의 모든 결론점이라고 생각한다.

비전을 상실한 순간, 회사는 챗바퀴를 돌려서 돈을 만드는 공장 밖에 되지 않는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라는 가치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건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계점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며 성장 가능성이 끝이라는 얘기다. 


대표는 비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비전이라는 단어 속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있다. 

어디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모든 방향성이 그 비전에 걸맞게 초집중화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치 지향적인 우리 회사일 수록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 비젼이란, 

좋은 비지니스모델을 발견하고 운용할 수 있는 주인 없는 땅을 말한다.


대표는 부족을 이끌고 괜찮은 평야를 찾은 뒤에 

함께한 부족원들에게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땅에 나무를 심고, 집을 지어서 우리가 생각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라는 믿음과 

그것을 책임지고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한 그림. 


가장 매력적인 설득방법은 '그림' 수익 모델이다.

구성원들에게 이 곳에 터젼을 잡고 살기 시작했을 때, 함께 어떤 세상을 꿈꿀 수 있는지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수익 모델이란 아주 단순하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그냥 지금까지 내가 몸으로 느낀 것은 '비지니스 모델'이란 

<서비스> <마케팅> <인적자원 운용> 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문화는 이것들이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 같은 거다. 

이 세가지가 올바르게 돌아가고 있으면 '좋은 소리'가 날테고 

이 세가지가 올바르게 돌아가지 않고 있지 않으면 '나쁜 소리'가 나서 주변사람들을 떠나게 할 것이다. 

인재 채용이 불가능 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해서 다 가능성이 좋은 것일까? 

아니다. 최근 느끼는 것은 '시장 크기'다. 꼭 블루오션이 좋은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커다란 나무도, 영양분을 빨아들일 흙과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죽는다. 

작은 어항에 사는 물고기는, 결코 커질 수 없다. 


좋은 비지니스 모델일 수록, 그 모델이 신나게 돌아갈 수 있는 커다란 공간에서 돌려주어야 한다. 

이게 '시장 규모'다. 


커다란 시장에 들어가는 모델일 수록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확장성'이다.

확장성이 떨어지는 모델은 아무리 커다란 시장에 들어가더라도 결국 작은 시장에 들어간 것과 다를바 없는 결과를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초기 모델이 중요한데, 수직적으로 강력한 깊이를 가진 '효율 좋은 모델'이면서 동시에 수평적 확장이 가능한 확장력 있는 모델이여야 한다. 


깊이가 중요하냐 수평적 확장이 중요하냐에 대한 고민은 명확하다. 

깊어질 수록, 강력한 모델이다. 이는 기술 기반의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델은, 깊이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깊어질 수록 효율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땅을 파다 보면 파지지 않는 단단한 돌덩이가 나오는 것처럼 전체 매출은 커지지만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내 머리 속에서는 '일정 비율의 효율을 깊이 있게 만들어 갈 수 있으면서' 빠르게 펼칠 수 있는, 

그리고 쌓아온 노하우로 같은 깊이 만큼 더 빠르게 파낼 수 있는 중간 정도의 깊이에 수평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있다.


여기까지 왔을 때, 다음 생각해야 할 것은 필요 인력과 인력의 수준이다. 

투자 받지 않은 작은 회사에서 수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명확하게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가장 빠르게 팔 수 있으면서, 전문 인력이 아닌 기존의 회사가 가진 노하우만으로도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교적 '손쉬운' 형태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 


대표의 얼굴에 대해 생각하다가 별 수 없이 요새 깨달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만난 대표님들도 같은 고민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분들은 더 큰 꿈을 꾸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미래에 내가 '대표의 얼굴'을 하지 않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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