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표시형 Oct 24. 2016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하여

'강박'에 관한 글이다.

어렸을 때부터 '악당'을 동경했다. 

이상하게 히어로물을 봐도 나는 '악당'의 삶이 더 궁금했다.

주인공들은 항상 멋지고, 정의로운 사람들로 둘려쌓여 있는데 악당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저들이 저렇게 되었는지, 또 저들을 따르는 '작은 악당'들은 어떤 이유로 목숨을 바치는지.


항상 그들에게는 과거가 있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거나, 원래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상처가 있다거나 하는. 


나는 그래서 악당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견뎌내기 위한 무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기 때문이다.


늦은 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에 대해 요새 새로운 생각 하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당한만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손해보면서 사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판단은 냉철하게 내리고 절대 지지않고 사는 그런 사람. 


그래서 일부러 말도 쌔게 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것 같다. 

일종의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나는 사실 마음이 여린 편이여서 남에게 나쁜 소리를 하면 그 사람만큼 잠을 뒤척이고 신경이 쓰이는 성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이상하게 '강해야 손해보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도 어쿠스틱을 좋아하면서도 괜히 더 '락'이 좋다고 이야기 하고, 여성스러운 남자를 보면 '나약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맘 속으로는 전혀 그런 내가 아닌데 계속해서 그런 '나'를 나에게 강요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하다'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나는 항상 직설적인 말투와 솔직한 표현을 내 매력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가만 돌아보면 이건 내 '강박'의 일종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물론 거짓 없이 남에게 솔직한 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나의 장점이기도 해왔지만 '나는 너에게 이렇게 거침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야' 라는 일종의 강박도 함께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요즘 조금씩 그러한 것을 벗겨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친구와 길에서 음악을 듣다가 너무 멋진 목소리를 가진 여성 버스킹 밴드를 만나서 함께 술을 마셨다. 

평소 같았으면은 말도 많이하고 술도 벌컥벌컥 마셨겠지만, 어제는 그냥 가만히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보았다.   기분이 참 좋았다. 


삶을 살아오면서 나에 대한 방어기제로 만들어진 내 '강박' 혹은 '난 이런 사람이여야돼' 라는 생각이. 

이제는 내 삶의 행복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나는 '난 남에게 이런 사람으로 보여야 해'라는 생각 때문에, 내 삶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다. 


내가 정말 솔직하고 나에게 잘 맞는, 또 진정 원하는 '나의 이상향'을 찾기 위해서는 앞서서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정말 나는 어떤 것을 해야 즐거운지'를 고민해보는게 맞는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쫄지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