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꽃다발을
우연히 내 자리 구석에서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은 장미였다.
붉은 장미.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붉은 장미는, 회색으로 녹슬 때까지
단 한번에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천천히 탈색했을 것이다.
누가 줬던가.
아 그 친구.
그 장미를 받은 나는,
고맙다 고맙다 인사를 대충하고
이내 그 장미를 구석에 놓은 채
잊었던 것이 틀림없다.
우연히 탈색된 장미를 발견한 나는
멍하니 장미를 쳐다보며
기억을 더듬고
붉은 장미를 떠올렸다.
무엇을 방치하고 살고 있는가.
내 맘 속에 얼마나 많은 붉은 장미들이
탈색되고 , 딱딱하게 건조되다 끝내 아스라졌을까.
마음을 한 대 툭, 하고 쳐볼까 하다.
아서라 하고 가만히 놔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