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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Dec 09. 2017

회색 꽃다발

언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꽃다발을 
우연히 내 자리 구석에서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은 장미였다. 
붉은 장미.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붉은 장미는, 회색으로 녹슬 때까지 
단 한번에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천천히 탈색했을 것이다. 

누가 줬던가. 
아 그 친구. 
그 장미를 받은 나는, 
고맙다 고맙다 인사를 대충하고 

이내 그 장미를 구석에 놓은 채 
잊었던 것이 틀림없다. 

우연히 탈색된 장미를 발견한 나는 
멍하니 장미를 쳐다보며 
기억을 더듬고 

붉은 장미를 떠올렸다. 

무엇을 방치하고 살고 있는가. 
내 맘 속에 얼마나 많은 붉은 장미들이 
탈색되고 , 딱딱하게 건조되다 끝내 아스라졌을까. 

마음을 한 대 툭, 하고 쳐볼까 하다. 
아서라 하고 가만히 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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