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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Feb 11. 2020

상실의 시대

#오늘 우연히 책을 한 권 읽었다. 우리 집에도 쌓여있는 책이었고 우리 사무실에서도 몇 권있는 책이었다. 
따끈한 신간,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의 신간. 언제 날잡고 꼭 정성스레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보관해두었던 책이었다. 그 책에는 내가 있었다. 읽자마자 나임을 알았다. 그 책 속에는 나의 일부가 편집되어 표현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표현으로, 잘썼다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날카롭게 쓰여져 있었다. 잘 쓰여진 글로 표현된 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만한 최악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의 글이었다면 신경도 안쓰고 호탕하게 그래도 누군가의 글로 쓰여졌음에 의미를 두며 웃어 넘겼을테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책이었다. 나를 알고 있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속에 표현된 그 최악이 나라는 사실을 천천히 유추해볼 것을 생각하니 뜬금없이 부모님이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호기심 넘치는 아버지는 어쩌면 그 책을 읽었을 터였다. 때마침 어제 아버지의 뜬금 없는 우리 아들 화이팅이라는 메세지가 신경 쓰였다. 최악이다라고 생각했다. 많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우린 종종 지속할 힘을 얻기 위해 누군갈 미워해야할 때도 있다. 자책하지도 않기로 했다. 부정하지도 않기로 했다.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모아서 편집하면 충분히 그렇게 쓰여질 수 있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시원한 맥주를 함께 한잔 주문했다. 맥주를 다먹으니 음식이 나왔다. 맥주를 마시며 아래의 회고를 남겼다.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여전히 그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할 것이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음에 감사하고자 한다. 

아픔을 점심과 함께 삼켜먹었고 글 하나를 썼다. 훗날 내가 이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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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기다리며, 브뤼서리 서교 (스테이크와 라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깨닫고 발견하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극단적인 자기추구의 방법이다. 단 하루만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자극적이며 위험한 방법이다.

경계를 걷는 사람과도 같다. 사업에서의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떠나서 대표란 직책을 맡고 있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정의해야하는 기로에 놓인다. 딱 경계선 한 1cm도 안되는 미세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경계. 그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순식간에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있고 그 경계를 넘고 싶다는 작은 유혹과 자괴감 등을 걸어나가며 자기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 자신을 잃어가기 마련이고 추구하는 바가 명확한 사람은 경계를 넘나들며 결국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장 잘 가는 최적화 된 경로로 이용한다.


나도 모르게 경계를 넘기도 하고, 그것에 좌절한다.
경계를 넘어야하는 상황에서 망설이다 중요한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고 인정하며 어쩌면 이미 완성되어 있을 수도 있는 미래의 나를 부지런히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계를 헤메다 결국 파멸할 수도 있다. 정말로 이젠 삶이 만만하지 않음을 겨울 찬바람처럼 체감한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단 한번 주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전진의 과정이다.


멋모르고 경계를 넘나들곤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매력적이고 위험한 삶을 살고 있었다.
최소한 스스로 주저앉고 무너지진 말아야겠다 다짐한다.


때때로 마주치는 나에 대한 부끄러운 진실들을 피하거나 못본채하지 말아야한다.


경계를 넘나들며 수십번 망가지더라도.
그럼에도 추구하는 방향으로 걷고자 하는 의지를 지켜내고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겠다.


나는 나의 삶을 걷고 있고, 그 방법으로 사업을 택한 것일 뿐이다.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며 글을 쓴다.
점심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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