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족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놈이다.
난 가족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놈이다. 얼마나 모르나면 내 친구가 부모님한테 좀 잘하라고 정색을 했을 정도다. 군대에 있을 때도 부모님이 보고 싶었던 적이 손에 꼽았고, 전역한지 삼년이 지난 지금도 평소에는 거의 까먹고 지낸다. 어려서 부터 지겹게 들었던, '니 인생은 니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라는 아버지의 말 때문일 수도 있고 120세 시대, 50세는 아직 한창인 젊은이라는 부모님에 대한 내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불효자인 이유는 울면서 얘기할 수도 있고 웃으면서 얘기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문제는 오늘 저녁, 미팅을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을 때 쯔음이었다. 귀찮고 간단하게 때우고 싶어서 맥도날드에 들어갔는데, 중년의 아주머니가 새치기를 했다. 재빠르게 끼어들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난 당연히 한마디 하려고 했다. '아줌마, 줄 서세요.'
그런데 그전에.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머슥하게 웃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맥도날드에서 새치기를 하곤 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엄마가 멍청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대학교 때는 왜 저렇게 어머니는 타인에게 이기적인 행동을 하곤할까라곤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끔은, '아 세속적인 우리 어머니에게 무슨 책을 권해드려야 하나' 하고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다시말해서 나는 아주 건방지고 오만한 싸가지 없는 자식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완전히 그 모습을 버리지는 못했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 아주머니를 보고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고, 어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머니는 항상 칼답이다. 젠장. 항상 카톡에 칼답이다. 슬펐다. 미안했고.
지겹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맨날 했던 얘기를 또하고, 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상식들을 여전히 나에게 강요하고, 난 그것을 신중하게 설명해도 '아니야,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니까'라고 대답하는 우리 엄마.
답답해서 가끔은 진짜 여기서 우리엄마가 더 할머니가 되면 얼마나 답답해질까 걱정이 될도록 답답한 엄마.
그런 엄마에게 전화 한통 안하고, 안부를 물어도 대충 응 아니요로 대답하는 아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답답한 사람은 내 순간의 감정적인 카톡에도 따뜻하게 답장을 보내줬다.
우리 엄마는 머슥하게 웃는 모습이 참 이쁘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내 엄마한테나 잘해야겠다. 이상하게 눈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