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년 이상, 내가 겪은 전쟁에 관한글

ADHD, 우울증 , 번아웃, 알콜중독, 무기력증

by 표시형

*힘들었던 과거를 토해내는 감정 해소글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나는 꽤 오래 고통 받았다.

산만함, 주의력결핍, 이유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 충동적인 행동, 조절할 수 없는 알콜, 조절할 수 없는 흡연, 조절할 수 없는 분노, 관계의 실패, 정서적 불안정, 주변인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속으로 나를 혐오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같은 것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이것이 과거 우울했던 나의 어린시절 기억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사업실패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그냥 유전적으로 존재하는 성향 탓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특히 사업 실패 후 몇 년간은 삶이 망했다 생각해서 이런 증상이 심화된 것이라 여기고 그냥 적응해 살아버렸다.


돌아보니 알겠다. 나는 이전 부터 이 문제들을 겪고 있었다. 터져 나오지 않았을 뿐.


난 항상 이러한 감정들을 "나의 나약함"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숨기기 위해 노력했고, 괴로울 수록 더 강한 반작용으로 행동했다.


다행히 이것들은 성공적이여서 나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조차도 내 이러한 성향을 모를 정도로 난 잘 숨기는 편이었다. 버티다 기진맥진해지는 순간이 오면 혼자 며칠이고 방 속에 틀어박혀 숨만 쉬며 누워있었다.

이제와 고백하건데, 나는 거울을 보며 한시간이 넘게 혼잣말을 주절거리곤 했었다.


더욱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사회 생활을 꽤 잘해냈던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학생회장을 하기도 했었고, 나쁘지 않은 학업 성취도를 가지고 있었고 , 군대에서는 대대 역사상 가장 많은 포상휴가를 받은 병사였고 어린 나이에 꽤 괜찮은 사업을 만들기도 했었으며 이른 나이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주변에는 친구가 많았고, 나를 좋게 봐주는 이성들도 꽤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삶인데, 문제로 가득한 기분이 든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십대 초반, 종종 나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며 이틀을 꼬박 잠에 들지 못한적도 있엇다.

자살 충동은 십대 때부터 있었다. 내 엄지 손가락은 하도 많이 뜯어서 지문이 다 닳아 없어졌다.


고등학교 시절엔, 남고에서 여자친구가 있는 몇 없는 학생이었고 대학생 때는 내가 봐도 인싸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리터럴리 피가 났다. 엄지 손가락을 뜯어서 피가 났고, 쉴새없이 머리카락을 뽑아서 지금도 그 부분은 머리가 없다. 들키지 않기 위해 도저히 못참겠으면 화장실에 가서 반복적으로 스스로에게 통증을 줬다.


고백하건데, 내 인생을 너무도 잘 살고 있다 생각했던 시기에도 나는 종종 창 밖을 내다보며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면 모든 것이 편해질까 하는 생각을 홀로 꽤 자주 하곤 했었고. 스스로 겁을 먹고 이미 이십대 초반에 정신과를 찾아가 처방을 받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당시의 나에겐 강력한 비전과 꿈이 있어서 그 모든 것들을 덮고 살아갈 수 있었다.

내 마음속 어둠으로 부터 내가 강력한 비전과 꿈 뒤에 숨어 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두가지는 공존했다.


누군가에게 나는 쾌활하고, 유쾌하고 , 과감한 사람. 자유로운 사람. 당당한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여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본질적으로 '우울함' , '주의력 결핍' , '불안감' 같은 것들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고 그간 나는 이걸 잘 숨겨왔거나, 더 큰 자극으로 잘 외면해 왔던 것에 가까웠던 것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스트레스가 과했다" "일이 너무 많았다" 정도의 핑계로 이 모든 것들을 퉁치고 각성을 하면 괜찮아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술을 많이 먹거나, 커피를 들이키거나, 담배를 미친듯이 피워댔다. 이것들은 일시적이었을 뿐 더 큰 어둠으로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원인과 해결책을 몰랐고 어두운 블랙홀로 나는 나를 몰아넣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숨기고 미루고 외면해 왔던 문제들은 내 이십대를 바친 사업이 무너졌을 때, 터진 댐처럼 내게 몰려왔다.


5년, 몇몇 순간들을 빼고는 정말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울증 , ADHD, 브레인포그, 번아웃 같은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을 겪고 있었음에도 그것들을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가 패배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지금와서 돌아보며 하는 생각이다)


결국 모든 내면의 흔들림은 정신과 의지의 문제일 뿐이라는 구시대적인, 비과학적인 생각을 은연 중에 내 마음 깊숙히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이겨내 왔고, 그렇게 해서 괜찮은 성취를 만들어본 경험이 되려 나를 발목 잡았다.


삶이 바닥이었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때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냥 살아버렸다.

이대로 가다가 차에 치어 깔끔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으니 문제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자기파괴적인 생각 만큼이나 동시에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사업이 잘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10분도 집중하기 힘들었고, 매일 밤 불안했고, 폭음을 참을 수 없었고, 불면에 시달렸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심해졌다.


부모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 길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내가 지금 뭘 하려 했고 어디를 가려했는지를 잊어버린 순간, 집의 현관키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휴대폰에 기록해서 다니고, 육개월 전 결혼식까지 참석했던 친구의 결혼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침에 찬물로 샤워를 하지 않으면 두시간이 지나도 잠에서 방금 깬 멍한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난 그저 내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기 보다는. 나를 타박했다.


'성공할 의지가 없다' '사실은 삶을 살고 싶지 않는거다' '넌 그냥 지금껏 운이 좋았을 뿐이고 이게 원래 너의 자리였던 거야" 같은 생각을 머릿 속에 품고 있었고 혼자 양치를 하다 거울을 보며 그러한 말을 스스로에게 내뱉기도 했었다.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도 지각을 하는 경우는 잦았다.


언젠가서부터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느꼈을 때야. 나는 비로소 내가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은 그러한 문제를 더욱 증폭 시키는 '최악의 환경'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가족 문제 , 금전 문제, 4년이 넘게 정상적인 연애를 실패한 나, 압박적인 환경, 과거의 영광, 과거의 상실, 내가 놓쳐버린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 나를 배신한 사람들 , 억울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진짜 깊은 마음 속 서운함들 같은 것들은 내 머리 속에 24시 간 꽉 차 내 모든 것을 방해했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들로 회피했다.


스마트폰엔 부재 중 전화가 500통 넘게 쌓이고, 전화소리가 싫어 24시간 휴대폰을 방해잠금 모드로 해놓고 그러면서 시도때도 없이 SNS를 확인하고, 카톡을 확인하고.. 젠장.


나는 살고 싶었다. 잘 살고 싶었다. 평온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여전히 마음 속 꿈을 실현해 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서비스를 만나고 싶다. 좋은 친구이고 싶다. 멋진 대표이고 싶다. 나의 가능성과 재능들을 제대로 펼쳐보고 싶다. 나의 문제가 나의 재능을 덮지 않기를 바란다.


의지와는 별개로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문제들을 매일 마주했다.


인지하고 인정하기 시작하니 1%씩 좋아졌다.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 SNS를 6개월 동안 끊었다.

인간 관계를 극단적으로 압축했다. 술을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 6개월 넘게 담배를 끊었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 곳엔 햇살이 들었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나의 문제들과 싸우고 있다. 밤이되면 찾아온다.


하지만 난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점점 더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고, 끝내 삶을 잘 살고 말것이라는 의지가 강해졌다. 그럼에도 자주 무너졌고 도저히 안되겠으면 홀로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이렇게 외쳤다.

"표시형은 잘 해낼 수 있다"


난 왜 이런 사람으로 자란거야. 태어난거야. 어디서 잘못된지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이긴다.

후천적인 이성을 가진 표시형이 결국 극복해낸다라고 생각했다.


2024 난 꽤 잘 이겨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쌓은 탑은 반나절이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애써 쌓아 올려도 그냥 한번에 다시 시작해야 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두려움, 불안이 증폭 되었다.

매일 달리고, 명상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지만 두려웠다.


이 곳에선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환경은 너무 맹렬했다.

불안과 조급을 만드는 너무 시끄러운 서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되기도 전에 다시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함을 알았다. 하지만 난 내가 원하는 단 한가지를 위해선 나머지를 모두 포기해야 함도 알았다.


"난 끝내 잘 살아가고 싶다"


나를 품어주는 자연, 내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던 산 속, 고요함, 새소리.

자연.


생각이 선 순간, 팀원에게 제주에 가자 했고, 다음날 우린 제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 12일이 지났다.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서, 팀원 말고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여전히 악몽을 꿨다.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 깔끔한 흰색 같은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를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가 겪는 문제들, 어려움들이 더 잘 보였다.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면 해결할 수 있다"


이틀 전부터 다시 브레인 포그가 심해졌다. 멍하고, 단어가 기억이 안나고, 무기력하고, 말을 더듬었다.

무작정 야산으로 들어가 걸었다. 예전에 길이었지만 지금 길이 아닌곳을 따라 올라가니 오름의 정상이 나왔다. 그곳에서 생각했다.


나는 나의 문제를 투명하게 꺼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차근차근 해결할 것이다.

이것이 일보다 중요하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새로 시작하는 사업을 나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만들었다.

내가 겪어야 했던 , 겪고 있는 이 전쟁들에서 깨닫는 점들은 결국 진정성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니 정돈 되지 않은 글이더라도 모두 남겨놔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고백하지 않으면 다시는 그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여기까지 글을 읽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명이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표시형은 끝내 행복과 평화 그리고 본인이 겪은 아픔을 멋진 서비스로 승화시킬 것이다.

나한테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내 앞길을 막는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잘못만으로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해결 하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가고 있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고 있다.


난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고, 극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일과 삶 모두, 내 방식으로 멋지게. 신이 나를 버렸다면, 내가 나를 구원할 것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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