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기 창업가와 수백, 수천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창업가들이 고시텔 수준의 생활 환경에서 2년 넘게 살아가는 집. 광인회관에 대한 글.
작년 크리스마스 우리팀은, 밀키트 20일치를 싸들고 제주 동쪽, 택시가 잡히지 않고 외부로 나가려면 뜨문뜨문 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 들판 속에서 오로지 제품만 만들며 한달을 살고 서울로 올라왔다.
한 달 간, 최근 3년 간 살았던 생활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익숙해져 있던 생활 환경이 완전히 새롭게 보였다. 내가 서울로 돌아오자 마자 느낀 첫번째 감정은 "미친듯이 불편한 생활 환경"이었다. 내가 이곳에 어떻게 2년을 넘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트리스는 찌그러졌고, 이불은 헤졌으며, 샤워는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나 초대할 수 없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으면 집이 아닌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드넓은 초원과 바다가 보이는 자연, 좋은 숙소에 머물며 제품에만 집중하는 환경에 있다와서 더욱 대비되었다.
난 2월 부로 광인회관을 떠난다. 이번 제주에서 한달간 코파운더와 고립생활을 하며 제품을 만든 끝에 코파운더와 함께 살며 제품에 더 몰입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딱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난 계속 광인회관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웃긴 얘기다. 광인회관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미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마친 상태에서, 난 진지하게 내 결정의 철회를 고민했다.
2인 1실, 화장실 공유, 늦잠을 자고 싶어도 출근 소리로 강제로 눈이 떠지는 환경, 거실에서는 쉴새 없이 제품, 기술, 미래, HR에 관한 이야기가 논의되는 곳. 주말이 되면 늦잠 대신 운동하러 가자는 알람으로 눈을 뜨는 곳.
이 지독한 환경을 나는 왜 사랑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창업이란 무엇인가? 과거 스타트업을 하다 지금은 전업 소설가로 살고 있는 친구 중 한명은 최근 내게 보내온 글을 통해 창업씬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격렬한 자기혁명적 업계, 스타트업. 그쪽 세상이 뜨거운 이유는 마치 급격한 열을 받은 원자들처럼 모두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도록 하는 압력과 내면의 붕괴, 그리고 충돌 때문이 아닐까. 궁지에 몰린 이 시대에서의 마지막 청춘이 마지막으로 치는 몸부림 같다]
난 이 문장을 떠올리며 광인회관을 생각했다. 여긴 치열하고 지독하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인구 소멸과 각자도생, 계층 갈등과 오만가지 혐오로 꽉 차 있는 궁지에 몰린 대한민국의 마지막 몸부림 같다. 이곳엔, 대한민국의 희망적 미래가 있다.
당신이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대단한 사람들의 가장 치열한 순간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면,
당신이 30년 전의 빌게이츠와 20년 전의 일론 머스크와 함께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리겠는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라 말하지 않겠는가?
실리콘벨리에서 커다란 성취를 낸 창업가보다, 난 이곳의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실제하고 있고 내 옆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책이나 영상과는 그 경험이 다르다. 매일 아침, 내가 읽는 자서전의 주인공들이 책 속 드라마가 아니라 내 곁에 실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난 매주 김정주 회장과 달리기를 했고, 빌 게이츠와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도대체 이 친구의 20년 뒤는 얼마나 클까가 기대되는 존경심이 생기는 친구와 매일 주말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침대가 꽉 차 한달이 넘게 거실의 쇼파에서 자며 광인회관에 살고, 힘들지 않냐는 말에 낭만 아니냐 하며 적응 됬다 말하는 초기 창업가
이미 백억 단위의 영업이익을 만들고 있음에도 3년 전과 똑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더 큰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 말하는 창업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노트북을 펴고 일어서서 자신이 배운 것을 1:1로 발표해주는 창업가
숫자적 성과의 여부를 떠나 그저 '광인회관'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내주는 친구들
초기 창업가와 개쩌는 성취 창업가가 그냥 똑같은 친구로 존재하는 이곳.
그들이 이곳에 실제로 존재하고, 성장하고, 실패하고,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나 또한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 또한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을 준다.
시간을 내 좋은 영감과 기회를 찾아 확률 낮은 네트워킹 자리를 기웃거려도 되지 않아도 되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는 가짜 창업가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된다. 본질이 아닌 행동을 "그래도 돼"라고 말하는 잘못된 친구와 스승이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난 서울로 돌아온 일주일, 오로지 광인회관 사람들 하고만 보냈다.
진짜 초기창업가의 가장 완성적인 태도를 진구에게 배우며
가장 최신의 트랜드와 인사이트를 윤희상에게 배우며
큰 투자를 유치한 뒤의 소회와 고민들을 지현준에게 배우며
끝없이 도전하며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집중력을 김민상에게 배우며
미미했던 시작에서 한 분야의 1위가 되기까지의 갈등과 깨달음들을 백현우에게 배우며
나중에 위인전에 나오는 창업가의 젊음은 어떠한 형태인지를 오준호에게 배우며
말도 안되게 충만하고 꽉 찬 일주일을 보냈다.
3년 전,
난 그저 도저히 혼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이곳으로 도피하듯 왔다.
김진우의 말이 기억난다.
"여기 와서 같이 지내면서 회복하고 지내, 너 혼자 있으면 죽어"
종종 주변인들이 "넌 왜 광인회관에 살아?" 라고 말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었다.
"보증금 없어서 걍 사는거지"
이제와 고백하건데,
그건 내가 이 곳에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에 비해 너무 작고 부족하다고 느껴져 세웠던 내 방어기제였다.
때때로는 나만 빼고 모두가 성장하는 것 같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꼈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었다.
난 이곳의 사람들을 열렬히 질투했고,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것 같다.
이 곳에서 끊임없이 지지 받았고, 사랑 받았고, 배울 수 있었고, 성찰할 수 있었다.
사업을 배웠고 삶을 배웠고 심지어 운동도 배웠다.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도 생겼다. 숨쉬듯 성장할 수 있었다.
그저 이곳에 살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주말 운동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장 최신의 지식을, 가장 강인한 의지가, 가장 순수한 진심을 먹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진심이 아닌자에겐 지옥이며, 진심인 자에게는 천국인 광인회관.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속담이 벌어지는 곳 광인회관이다.
난 이제 이곳을 떠난다. 소원이 있다면, 내 시간을 함께 보냈던 광인회관 친구들처럼 창업에 진심이고 삶에 진심인 멋진 친구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여전히 내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맞는 결정인지 지금도 모르겠을 정도로 난 이곳을 사랑했구나.
이별한 뒤에야 생각보다 그녀를 많이 사랑했음을 깨닫곤 했던 이십대의 표시형의 마음으로.
난 이곳을 정말 많이 사랑했었다.
더 많이 기록하고 남겨둘걸 그랬다.
이제 새로운 성장을 향해, 난 떠난다.
지독하게 사랑한다. 광인놈들아. 치밀때마다 추억과 사진을 올릴테니, 거부권은 없다
*책 한권이 나올 것 같아서, 모든 친구들을 언급하지 못했다. 생각 났을 때 안쓰면 업로드를 안하는 나의 특성상 여기서의 추억을 캐릭터 별로 한명한명 정리해 나가볼 예정.
*앞으로 광인회관에 들어올 새로운 친구들에게의 개인적 부탁
- 이곳은 20대를 말 그대로 통째로 창업에 바친 창업가들의 진심이 묻어있는 가족사진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진심을 다해, 더 멋진 이야기를 써나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