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준
일을 끝낸 저녁, 뭘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누군가 해서 봤더니 '변재준'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울린 동기의 전화였다. 재준이 형은 나와는 10학번 동기 사이이고 재수를 해서 한 살이 더 많다. 스무살 스물 한 살 기억을 거의 공유하다시피 할 정도로 붙어지냈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자주 보지 못했었는데 전화가 오니 반가웠다. 연말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바로 만나기로 했다. 충무로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준이형네 창업팀은 최근 소셜벤쳐 대상도 받고 다양한 기회가 생기면서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창업팀들이 모두 그렇듯 일이 풀리니 얼굴도 풀려있었다. 사실 재준이형이 학교 학생회장을 한 뒤로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여유가 없어 보인것 같았는데 이제는 생각보다 많이 여유가 생겨보여 다행이었다.
서로 20살 때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이야기하며 웃었고 그러다가 내가 스물 다섯이라고 하니 재준이형이 더놀랬다. '니가 스물 다섯이라니까 실감이 확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30대에 가면 더 빠르게 가고 40줄에는 양치하다 보면 오십이 온다더라 하는 아직은 오지 않을 듯한 미래를 이야기 했다.
그러다가 재준이형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했다.
"생각 해보면, 내가 시간이 빨리가기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이학년 때부터인 것 같아"
"그 때 부터 쫓기기 시작했거든"
"수능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수능 백일이었고, 그러다보니 대학생이 되어있었어."
"군입대에 쫓기고 그러다보니 전역을 하고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어."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다. 무언가에 "쫒기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빨리갔다.
열정에 기름붓기 책 서문에 비슷하게 썼더랬다.
'다들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달려가는데, 아무도 그 방향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그 무리에서 잠깐 멈춰보기로 했다. 적어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고 조금 늦더라도 다시 달려보려 했다.'
그게 올해 초였으니 올해 말이되어서야 난 내가 썼던 이 말을 처음으로 떠올렸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며 내가 제일 멋지게 생각한 점은 스타트업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 하는 방법이다.' 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그리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게 하자'라는 비전을 좇아 지금까지 달려왔다.
과연 난 좇고 있는 것일까?
좇느라 이토록 시간이 빨리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무엇을 좇고 있는지,
혹시, 난 지금도 좇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