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표현들을 혐오한다.
굉장히 끔찍하게 징그러울 정도로 싫고,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당신만큼은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SNS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썼다.
요새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는 '헬조선'이라는 단어다.
언론사들도, 오피니언 리더들도 각종 사회 현안을 언급할 때 '역시 헬조선'이라는 말로 마무리 짓고, 어느 콘텐츠를 봐도 댓글에는 '헬조선에서 ~가 되겠어.' '헬조선을 떠나야겠다.'라는 등등의 말로 도배되어 있다.
한창 쓰이던 '몽 주니어 몇 승'에서 진화한 패배주의와 자조감에 대한 표현이 결국 지옥이라는 뜻의 'Hell'과 산업화 이전의 시대적 표현으로 해석되는, 다시 말해 다소 뒤떨어진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붙은 '조선'이라는 단어와 합쳐 저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진화한 것이다 라고, 나는 혼자서 정의 내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끝내 몽 주니어는 헬조선을 만들었다.라고.
페이스북에 내 감정과 다양한 활동들을 공유하는 것은 거리낌이 없는 나지만, 항상 내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데에는 망설여 왔다. 그 이유는 아직 경험과 생각이 많이 부족한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말해야겠다. 난 이 두 단어가 굉장히 끔찍하게 징그러울 정도로 싫고,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칫 보면 유머러스한 조롱처럼 보이는 이 단어들은 모든 것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개인이 느낀 문제의식에 대한 극복 의지를 처참하게 무너뜨린다.
부정부패가 일어나도 사람들은 분노하고 행동하기 이전에 '역시 헬조선이니까.'라는 생각을 하고, 인정해 버린다. '그럴 줄 알았다.' 식의 사고방식은 개선이 아닌, 방관을 만들고 부조리를 목격해도 움직이지 않게 만든다.
난 이런 방관적 태도들이 두렵다.
지금은 농담처럼 쓰고 있는 이 단어가 어느 순간 각인되어 '그래 여긴 헬조선이니까 나도 이렇게 행동해도 문제가 없겠지'라고 합리화하는 친구들이 생길까 봐 겁난다.
자주 보이고 쓰는 표현들은 조용히 사람의 잠재의식에 스미고, 사고방식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도전은 '헬조선에서는 씨알도 안 먹혀'라는 표현으로 묵살당하고,
고민하고 노력해서 극복하자는 누군가의 제안은 '헬조선은 금수저 아니면 안돼, 노력해봤자 소용없어'라는 밑도 끝도 없는 비관주의에 가로 막힌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일들의 반복은 궁극적으로 정말 '헬조선'을 만든다.
그래 맞다. 어쩌면 내가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은 정말 문제점이 많고,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점 투성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 당신이 살고 있는 이 땅이 '헬조선'이길 바라는가?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불합리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들의 행동이 만드는 결과를 보았다. 실제로 그들은 헬조선을 만들고 있었다.
반대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멋지고 진취적이며, 그래도 대한민국에는 이렇게 멋진 분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멋진 미래를 만들고 있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능력의 차이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누군가는 개선하고자 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차이는 매번 결과로 드러났다.
나는 이 생각이 차이가 만드는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취적이고 개선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한다고 확신한다. 무잭임과 방관이 사회를 망친다는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진리일테니까.
그래서 '헬조선'은 쉽게 쓰여서는 안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혹은 조롱의 의미로 쓰는 '헬조선'은 그 생각을 꺾는 단어이고 무의식 중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강하게 만드는 정말 사소하지만 무서운 단어다.
진취적이고 개선 의지가 강한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우리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표현들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퍼진다.
이제 페이스북은 중고등학생도 한다.
상상해 보자. 지금의 우리가 '헬조선'을 조롱의 의미로 쓰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어떤 불합리한 사회 현상을 보고 '역시 헬조선이야'라고 하는 피드백을 당신이 목격했을 때, 당신은 같이 웃을 수 있을까?
그건 분명히 아닐 것이다.
글 솜씨가 부족해 더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쓰지 못함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