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by 표시형

살면서 두번째로 응급차를 탔다.

첫번째는 환자로 탔고, 두번째는 오늘 아침 보호자로 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아버지께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셨다.

어제 새벽에 집에 늦게까지 안들어오시길래 통화를 했었고 들어오시는 걸 확인한 후 잠을 잤는데,

아침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겨우겨우 버텨오던 아버지를 무너뜨렸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면서 응급차를 타고 성모병원엘 갔다.

응급 수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던 나지만 막상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필 일요일, 미숙해보이는 레지던트와 짜증가득한 표정의 간호사가 세상에서 가장 다급했던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눈을 뜨고 의식을 잃은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정신을 제대로 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모든게 느릿느릿해 보였고 미숙해보였다.

정말 우리나라 응급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종사자들의 처우와 업무 환경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지만, 서비스 또한 나아질 수 있겠지만.


아버지의 발작은 정말 내 심장을 떨리게 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절대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난 뒤, 마취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의식을 되찾았는데, 5년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여기가 어딘지 물었다. 또 한번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뇌졸증의 증상으로 언어장애나 기억장애가 온다고 얼핏 들었었기 때문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와준 이모와 이모부들에게 감사했고, 또 다른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 사단의 원인제공자를 보며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은 참 좋고, 나쁘다.


오죽 힘드셨으면 쓰러지셨을까.

앞으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버지가 깨어나시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운동도 하고.

소중한 것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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