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갈이
연말이 되면 난 털갈이를 하듯 앓는다.
재작년부터 생긴 몸의 버릇과도 같은거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날 수 없었다. 밤새 앓다 정신을 차려보니 열두시였다. 어쨌든 잠에서 깨었으니 출근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업무 몇 개를 정리했다. 어제도 했던 생각이지만
'업무'라는건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건물을 짓는 일과 비슷하다. '설계'와 '건설'. 설계는 상상의 영역이다.(물론 설계도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스스로 생각하기 편하게 비유를 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지면 참 아름답겠지, 여기엔 이렇게 커다란 벽을 치고 높은 천장을 만들고.. 기획하고 계획을 짜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은 즐겁다. 시스템을 상상하고 시스템이 돌아갔을 때 떨어질 이윤을 계산해보면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사실은 '설계'만으로는 결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상상 속의 일들을 구체화 시키는 일. 여기서 부터가 어떻게 보면 진짜다.
건설은 땀을 흘려야 하는 일이다. 욕지기가 나올 정도로 힘이 들수도 있고, 위험하다. 창의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단순 노동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설계도를 들고 있더라도, 제대로 짓지를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 하루 업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레퍼런스를 멋지게 정리해서 영업을 이만큼 뛰면 거래처가 이렇게 늘꺼야. 우리 레퍼런스는 엄청나! ,그걸 바탕으로 이렇게 연게해서 확장성을 주고.. -
머릿속엔 청사진이 그려진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컨텐츠 기획 제작'이다. 땀을 흘리며 만들어야 하는 '건설'의 부분인 것이다.
절대적으로 '설계'의 시간 보다 '건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도 그렇다.
꼭 스케쥴러를 짜고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 '설계'의 시간에 빠져 중요한 '건설'의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설계는 이미 끝났는데, 건설에 들어갈 시간인데,
건설을 시작했을 때 마주칠 두려움에 계속해서 설계만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 끝장이다. 우리의 경쟁사들은 열심히 '건설 중'일 수도 있으니까.
최근의 일을 돌아보면 너무 '설계'에 집중했다. 이제는 '건설'에 집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