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1년에 한번씩 사무실을 옮겼다.
2014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우린 '창업'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카페를 전전하며 회의를 진행하다가 우연히 학교에서 '사무실'을 지원해준다는 말에 우리는 덜컥 창업 지원프로그램을 신청했었고 원래는 병원으로 쓰였다던 충무로의 낡은 4층짜리 건물 꼭대기 층의 한 켠에서 젊음을 부었다. 당시 '창업 동아리'에는 몇몇 거들먹거리는 선배 창업팀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들이 매우 높게 보였다.
당시에는 알리가 없었던, '린스타트업' '피봇' '그로스해킹' 등 현란한 영어 단어들을 사용해가며 발표를 했고, '투자유치', 'MOU' 등등의 이력을 나열한 피피티를 보여주며 위압감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 권위의 끝에는 9층이 있었다. 우리 학교 창업팀은 팀별 레벨링을 하고 '지하층' '4층' 그리고 9층으로 나뉘어서 사무실이 부여되었다. 지하층과 4층은 코워킹 스페이스였고 심지어 지하층은 난방이 없었다.
그리고 9층은 각각이 방으로 구성된 독립 사무실이었다. 독립 사무실이라니, 그건 당시 우리에게 어마 어마한 이야기로 들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팀은 1년동안 4층에서 고군분투한 끝에 그토록 바라던 9층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실망했다. 나는 '정부지원금'을 소진하는 몇몇 팀들이 얼마나 성의없고 부족한 고민으로 금액을 쓰는지, 부족한 연구와 '실력'으로 자신의 아이템을 홍보하고 다니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지원금을 그만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누군가는 우리팀을 보고 '어린것들이 돈을 밝힌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우리팀은 '자립'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고 자체수익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사실은 불과 2년 전, 광고회사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우리 모델은 너무 '낭만적'이여서 결코 '수익화'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찌되었건 간에 우리팀은 9층에서 올해에 좋은 기회를 만나 멋진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사할 수 있었다. 매번을 실패했지만 돌아보니 앞으로 왔다고, 나는 지난 3년을 표현하고 싶다. 오늘 재선이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되었던 내용은 '실력' 그리고 '진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팀은 항상 비주류였다. 어디가도 주목받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럼팀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팀은 항상 반성하고 절대적인 '일'의 총량을 끌어내고자 집중했다. 그게 어쩌면 지금의 우리팀을 만들었다. 어제부터 지겹도록 되네인 말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냄새나는 4층 사무실에서 자고 먹고 하며 일했던 것 처럼. 우린 이제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다시 한번 시작한다. 그 앞에 두려움은 있지만 망설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