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어쩌다 보니 세 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할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삼십분 더 삼십분 더 하던게 세시가 되었다.
어쨌건 내일 마감은 찍혀 있고 할일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다. 사실 어제도 난 새벽에 일어나겠다고 다짐하면서 여섯시에 일어나 놓고선, 귀찮은 마음에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출근했고, 결국 지금까지 업무를 밀어두고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조금 자고 다시 출근할까를 고민해보다. 일을 끝낸 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난 아직까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가 통하지 않는 잠만보다.
다시 일기로 돌아가자면, 태우형과의 만남 덕분에 스케쥴은 다섯시간 정도 밀렸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태우형은 내게 몇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나보다 먼저 창업해서,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태우형을 보며 난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돈과 이상을 이야기하는 태우형을 보면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극히 냉철하게 말하는 태우형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합리적으로 해보려 노력 해본 것 같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우형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내 모습을 본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 나는, 너무도 냉소적으로 변해 이면이 존재하지 않는 가치는 없다고 더욱 강하게 확신하곤 하는데.
오늘 태우형의 그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았다. -
태우형은 '스타트업' 이라는 데에 의미 부여하는 사람들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스타트업'이라는데에 책임감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글쎄, '스타트업'이란 뭘까. 단순히 요즘 시대의 '창업'을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것일까.
사실 스타트업의 정의 같은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사전에 어떻게 적혀 있던간에, 잘나가는 창업가들이 뭐라하건 간에, 내가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는 이거 하나다.
'하나의 스타트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다.' 누구한테 들었는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이걸 확신했는지도 모르지만, 여태껏 내 마음 속에 스타트업이 뭐냐 라고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쩌면 유일한 한 문장이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돈을 많이 벌면 안락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온 바로는 안락하다 그래서 슬프지 않았고, 불편하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건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왜인지 모르게. 내 심장이 뛸때가 있다. 두근 거리면서 크게 소리지르고 싶고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뜨거운 것이 솟구쳐서 한 없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아직 그 벅찬 감정이 어떨때 생겨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그나마 추측해보자면.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스타트업을 해보고 있는가' 를 떠올릴 때 심장이 벅차오르는 것 같다.
난 어떤 사람이 될 것 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 이년 뒤, 난 후배를 앞에 두고 술자리에 앉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일까.
글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 말을 했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을 시형이에게, '지금 니가 생각한 그대로 이뤄낼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코 깰 수 없는 벽이라 믿었던 수 많은 벽들 중, 하나의 벽을 깨 부순 그런 사람이고 싶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