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여덟시에 알람이 울려서 헐레벌떡 일어났다가
오늘이 주말임을 뒤늦게 깨닫고, 특히 주말임에도 출근을 안해도 되는 주말임을 깨닫고 다시 잠을 자는데 기분이 끝내줬다. 하지만 늦잠을 자고 일어나자 왠지 모르게 우울했고, 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집밖을 나섰다.
음악을 들으면서 오랜만에 삼청동을 산책했는데, 다시한번 이 동내에 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담길을 걸으며 듣는 음악과, 추운 겨울에 맞는 노란 햇빛이 참 기분 좋았다. 관광객들로 꽉찬 거리에서, 홀로 동내를 거니는 듯한 기분은 짜릿하다. 이방인들이 동경하는 거리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느낌은 그 자체로도 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오늘은 혼자서 즐겁게 보내보기로 결심하고, 어제 재선이형이 그토록 극찬한 시네큐브의 유스를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간대로 봤을 때, 유스는 저녁에 한편이 있었고 4시 50분 영화로 바닷가마을 다이어리가 있었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인터넷으로 괜찮다는 기사를 몇개 본터라 난 그걸 보기로 결심했다. 시간은 세시쯤이었고. 동내를 산책하고, 집에 들어와서 조금 쉬다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까지 걸어갈 계획이었다.
집에 돌아와 음악을 듣고,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쓸 내 소설의 서문을 생각해보다 다시 옷을 입고 광화문 시네큐브까지 걸어갔다.
30분 넘게 걸리는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아슬아슬하게 4시 40분쯤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고 주머니를 보니 왠걸,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었다. 멍청이 같이 카드를 안챙겨나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뒤도 안돌아보고 택시를 탔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고민하다 그냥 여섯시 오십분 영화 '유스'를 보기로 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저질러진 일은, 좋게 생각하고 최선의 차선책을 찾는 것이 여러모로 나으니까.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지나갔고, 좋아하는 크림 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영화를 보러갔다.
시네큐브는 생각보다 고급스러웠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또한 다들 어느정도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수많은 빌딩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아래의 고급식당을에는 사람이 참 가득가득 차있었다.
난 아마 시네큐브가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이 빌딩에 들어와 볼 일도 없었을테고, 이 빌딩 안에 이런 고급 식당들이 가득했다는 것도 몰랐을 터였다.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참 많다.'
동시에 느낀건, 독립영화 상영관의 '고급스러움'이었다. 세상은 참 우스운 면이 있다.
'인디 문화'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의 문화일 것 같은데, 그걸 향유하는 사람들은 또 문화의 최상위 계층이니까. 모순이다.
어쨌건 간에 영화관은 굉장히 좋았다. 영화 화면이 너무 또렷해서 놀랐다.
영화도 좋았다.
영화 내용은 삶의 황금기를 한참 지난 두 노인의 휴양기이다.
여기서 영화가 하고자하는 말은 '젊음'은 무엇인가가 아닐까?
영화 속에는 주요한 세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왕년에 잘나갔던 영화 감독, 왕년에 잘나갔던 지휘자, 잘나가는 영화배우지만 히트작 하나로만 이미지가 박혀버린 것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젊은 영화배우.
셋다 늙었다. '이전의 것'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감독은 자살한다. 오래전부터 함께 작업해왔고 자신의 유작에 출연해 줄것이라 믿었던 여배우가 배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더이상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살한다. 다시말해서 늙어죽었다.
젊은 배우는 배역으로 인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극복하고 '히틀러'라는 다소 이미지가 오래 박힐 수 있는역에 도전한다. 그는 다시 '젊어졌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늙은 지휘자는 완벽히 과거에 얽매여 산다.
영국 왕실로부터 지휘를 요청함에도, simple song 이라는 자신의 역작은 아내가 부르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는 곡이라고 거절을 한다. 친구의 자살과 동시에 그의 휴양도 끝나고, 그는 용기를 내 아내를 만나러 간다.
아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고백한다.
그리고 영화는 아내를 비춰준다. 그의 아내는 이미 노망이 나서 생명력을 거의 상실했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는 아내가 부르는 곡이 아니면 결코 연주 할 수 없다고 했던 'simple song'을 연주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도 열정적으로.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이 영화는 '젊음'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영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젊음'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말한다. 기존의 것을 완전히 잃어버리더라도 새로이 시작 할 수 있는 힘.
영화는 그 힘을 '젊음'이라고 정의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의 벌어진 일을 딛고 새로 출발 할 수 있을까?
기존의 정들었던 것들, 놓치기 싫은 추억을 모두 순순히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정말 젊음일까?
젊음의 특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