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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Mar 11. 2020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 김무광 선생님을 만나다.

우리는 OS!



인디스쿨을 이용해본 경험이 없는 초등교사는 찾기 어렵다. 아마 인디스쿨을 모르는 초등교사는 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선생의 첫 활동을 관심있게 지켜본 한 선생님의 소개로 이 만남이 이루어졌다. 인디스쿨 대표 김무광 선생님을 만났다. 만남은 합정역에 있는 인디스쿨 대표 공간에서 진행했다.


우리는 OS입니다.


                                               

하루: 간단한 자기소개 말씀 부탁드려요


무광: 저는 창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김무광입니다. 경력은 18년이고, 현재 인디스쿨 대표를 맡고 있고, 인디스쿨과 함께 성장하고 자라고 있습니다.


 .

하루: 선생님 개인정보를 공개해도 될까요?


무광: 그럼요 제 전화번호까지 공공재인걸요. (웃음) 제가 진행하는 연구모임이나 연수가 끝나면 제 번호를 공개합니다. 선생님들의 수업 연구나 학급 경영에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연락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요. 개인적으로 공문으로 오는 연수보다 자발적 모임을 지원하려는 의도입니다.


 .

하루: 인디스쿨 운영진에게 궁금했던 질문이 있어요. 현실적인 건데, 교사는 보통 8시간 근무하면 퇴근이잖아요. 인디스쿨 운영이나 연수 운영에는 퇴근 후에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일인데, 보통 얼마나 시간을 더 쓰시나요?


무광: 학교 근무시간에는 인디스쿨의 일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 해요. 학교 근무시간에 해야 하는 일 학급 운영이나 학교 업무, 동학년과 교재연구나 관계 형성 등에 집중하죠. 인디스쿨의 일이 바쁘다고 해서 학교의 일을 뒤로 둘 수 없어요. 우선 학교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실 인디스쿨 운영이라는 것은 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시간을 더 일한다고 얘기하기 힘들어요. 늘 제 생각의 하나의 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퇴근 후에 일하신다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시겠는데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것 같은데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무광: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의 취미 중 하나는 보드게임이에요. 보드게임을 한 번 즐기면 밤을 새서 하기도 해요. 그렇게 집중해서 게임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

하루: 선생님께서는 보드게임 연수도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그럼, 일과 취미를 연결하는 건가요?


무광: 네, 스트레스 관리란 업무로 오는 고통을 어떻게 줄이느냐의 문제일 텐데,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관련 수업을 연구하고,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고통이 확 줄어요. 인디스쿨을 운영하면서 인디스쿨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면 또 고통이 줄어들어요.


 .

하루: 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관리법입니다.


무광: 이런 관리법에 가장 힘든 부분은, 고통과 피로가 줄지만 그게 또 일이 될 수 있다는 거겠죠. 1시간 즐겁게 놀기 위해서 또 6시간이 넘게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놀기 위한 과정의 일은 좋아요. 이건 제가 요즘에 연구하는 수업에 활용 보드게임인데요, 한 번 보세요.


이건 3학년에서 쓰는 거예요.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다룰 때 쓰면 학생들이 더 직관적으로 학습내용을 이해할 수 있죠. 혼자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이 재밌어요.                                              

                                

유월: 인디스쿨 운영진이라는 사실을 주변 선생님들께 알리나요?


무광: 안 알려요.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인디스쿨 대표라는 정체성은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포함한 인디스쿨 운영진은 OS라고 생각해요.


 .

유월: Operating System이요?


무광: 네.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같은 OS요.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할 때 윈도우(OS)를 특별히 의식하진 않잖아요. OS는 한글이나 크롬같은 프로그램을 잘 실행되도록 도우면 그 역할을 다 한 거죠. 인디스쿨이 OS면 선생님들께서 인디스쿨에 올려주신 자료들은 프로그램인 거죠. 우리는 플랫폼이에요.


 .

유월: 그렇죠. 컴퓨터를 쓸 때 OS가 눈에 띄지는 않죠.


무광: 네.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원치 않게 알려지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 겸직허가서를 받을 때 결재라인에 있는 학교 관리자 선생님들은 저의 정체?를 알게 되지요. 또 선생님들이 인디스쿨을 이용하시다가 간혹 페이지 메인에 저의 활동이 소개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동료 선생님들이 보고 알게 되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되면 부담이 커져요. 학급관리 같은 거예요. ‘저 사람이 인디스쿨 대표라는데 어떻게 학급 운영하는지 보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분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 더 노력하게 돼요.


 .

유월: 인디스쿨 운영 경험이 교과지도, 학급운영, 학부모상담, 업무 등 도움이 된 사례가 있을까요?


무광: 많죠! 첫 번째로 인디스쿨을 관리하면서 게시판에 올라오는 선생님들의 여러 말을 읽게 되잖아요. 그럼 전국에 있는 여러 선생님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거죠. 이 간접경험이 그 자체로 큰 재산이에요.


두 번째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선생님들의 수업자료를 받고 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수업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죠.                                              


인디스쿨의 두 축


                                      

유월: 인디스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선생님들의 강한 요구가 있었어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자료의 공유에 관한 요구이고, 둘째는 연수에 관한 요구였어요.


혹시 교대신이라고 아시나요? 교대생들이 리코더도 잘 연주하고,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하고 교과지식도 잘 알아야 하므로 뭐든지 다 한다는 뜻의 ‘교대신’이라는 캐릭터가 있었어요. 그 교대신이 교육 현장에 온 거죠. 음악 줄넘기도 했다가 체육행사도 준비했다가 과학행사도 진행했다가. 또 그때는 선생님들이 직접 학교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서버를 학교에 두고 웹 디자인도 하고 코드도 짜고 그랬죠.


그런데 선생님들의 이런 활동 자료가 널리 공유되면 좋은데, 마땅한 플랫폼이 없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모여서 자료를 공유하는 인디스쿨이 생겼죠.


온라인 기반 자료의 공유가 인디스쿨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오프라인 기반의 연수예요. 당시 교육지원청이나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연수는 안전교육 등 주제나 방식에 한계가 많았어요. 그때 좀 더 다양한 배움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 선생님들이 월별, 계절별로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부하던 모임(연수)이 커져서 인디스쿨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유월: 인디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폐쇄성입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엄격한 절차, 예를 들어 나이스 인증 등을 통해 ‘초등교사’로 확인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반대로 커뮤니티는 폐쇄적이면 이용자 확보가 어렵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득과 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광: 먼저 폐쇄적이라는 말보다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디스쿨은 시작부터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만든 공간이고, 지금까지 그걸 유지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인디스쿨을 이용할 때, 본인이 올린 글이나 자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른 초등학교 선생님일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학습자료나 학교생활 문제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인디스쿨 기술진이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

유월: 인디스쿨에서는 다양한 오프라인 연수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그중 합정역에 있는 인디스쿨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수가 많이 있는데, 오프라인 연수 공간이 생긴 뒤 어떤 변화가 있나요?


무광: 우리가 예전에 우리만의 연수공간이 없을 때 공간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공간을 예약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었죠. 선착순 예약을 받는 공간의 경우 티켓팅을 하는 것처럼 경쟁했죠. 이미 연수는 계획이 되어있는데, 장소가 확정되어 있지 않으니 연수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또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연수가 끝난 후 질문을 받는 그런 시간도 마련하기 어렵고요.


지금 인디스쿨 공간이 마련되고 난 다음에는 편해졌죠. 안정적인 연수공간이 있다는 게 아주 좋아요. 이제 우리 공간이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평일 중에도 운영하고 싶어요. 연수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인디스쿨에서 자주 모집하시는 여행모임도 여기에서 만날 수 있고, 정선생 인터뷰하시는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요.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어요.



유월: 연수 관련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지원청 연수나 온라인 연수에서 충족할 수 없는 특이한 내용의 연수가 인디스쿨에는 있어요. 주변 선생님들에 따르면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아요. 올해 진행되는 추천 연수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무광: 개인적으로는 방학 중 운영되는 힐링캠프를 추천하고 싶어요.                                              


선생님의 미래, 그리고 당부하는 말

                                             

하루: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이 있어요. 20년 정도 후의 초등학교 선생님의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뭘 가르치고 있으며, 어떻게 가르치고 있고 사회적인 역할은 어떨까요?


무광: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 지금 초등학교가 보면 교육보다는 보육의 개념에 더 크죠. 가르치는 교육의 목적이 학교지만, 사회적으로는 보육으로의 요구가 더 크거든요. 이런 요구는 줄어들지 않을 거예요. 국가 차원에서 꼭 교육해야 하는 것들. 교과뿐만 아니라 안전교육 성교육 환경교육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하고, 사회 차원에서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고요. 그러니 지금의 선생님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계속 필요할 거예요.


 .

하루: 20년 뒤에는 선생님이 어떤 활동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무광: 그때까지 제가 살 수 있을지 (웃음). 농담이고요, 저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있구나! 감사하고, 아침에 인디스쿨 서버가 다운되지 않으면 그것도 감사하고. 너무 멀리 보기보다는 현재를 보면서 살아요.

 .


유월: 인디스쿨 이용하는 선생님에게 한마디 말을 해 드린다면?


무광: 인디스쿨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선생님이 가진 작은 자료, 이야기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일 수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가진 자료들을 많이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으로 그런 자료에는 따뜻한 댓글로 서로 소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오아시스가 사막에서 탈출시키지는 못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주는 공간이듯, 그런 모습으로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후원도 마찬가지로요.                                              


                                           

2020년 1월 4일 토요일

에디터 유월과 하루

김무광 선생님을 만남



인스타그램 @warm.hearted.teacher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watm_hearted_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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