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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Mar 20. 2020

예민한 유월 / 예절 대신 생활감각

  3월 첫 주 아이들에게 ‘신발끈 묶기’를 먼저 가르쳐요. 스스로 묶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주의:스스로 묶는 아동은 거의 존재하지 않음.) 신발끈 길게 풀어헤치고 다니는 아이를 보는 조마조마한 경험 하나쯤은 다들 있으실 거에요. ‘3학년은 아직 소근육이 덜 발달되어서 그런거야.’라고 생각했지만 6학년도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키도 한 뼘 더 커진 놈들이 수두룩빽빽인데 “선생님 신발끈 풀렸어요.”하는 모습을 보자면 속이 터지다가도 우물쭈물 하며 부탁하지 못하고 있으면 안쓰럽기도 하죠. 


  신발끈을 안 풀리게 묶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꼭 곁들이는 디저트가 상대에게 친절하게 부탁하는 방법이에요. 어쩐지 상대의 부탁을 친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은 배우지만, 예의바르게 부탁하는 방법은 덜 배우지 않나 싶었거든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대를 점 찍고, 상냥한 말투로, 표정과 몸짓을 곁들여서 말이에요. 거절당했을 경우 대답, 열심히 도우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상대를 위로하는 방법도 같이요.


  단, ‘예절’ 대신 ‘생활감각’의 카테고리라고 꼭 말해주죠. 아이가 학교 밖에서 겪을 사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스타벅스 스툴에 신발 신은 채로 발을 턱 올리고 있는 저 **는 분명 초등학교 때 놀이매트를 신발 신고 올랐을 거에요. 부페에서 음식 푸는 집게로 하나씩 먹고 돌아 다니는 저 **는 급식 시간에 침 튀기며 닭강정 하나만 더 달라고 떼 썼을 거구요. 뻔하죠. “교육 잘 받았네!”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함의는 ‘고놈 참 수학 100점이네.’가 아니라 ‘고놈 참 바르네.’잖아요.


  주제체험학습에 가서 1인용 돗자리를 쓰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친구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곤 해요. 케찹 통을 분리배출하는 방법, 걸레를 빨고 말리는 방법, 상점 주인을 대하는 예절, 횡단보도의 신호체계, ‘좋다’ 대신 쓸 수 있는 말, 가정일을 나눠서 하는 방법. 아마 제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으면 전세 계약서 쓰기 전 떼어봐야 할 서류 목록, 야식 땡긴 다음 날 붓기 빼는 방법, 자존감 2배로 올리는 이별 방법 같은 것들을 가르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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