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윤가은 감독 작품)
이제 12살, 어린 하나는 고민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매일 다투어서 가정이 깨질 것 같은 거죠. 더 어린 유미와 유진 자매도 고민이 있습니다. 집 주인 아줌마가 집에서 나가라고 할 것 같은 거죠. 어느 날 이 셋은 우연히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가까워집니다. 점점 친해져가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우리집’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매일 어린이를 만납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어른들보다 더 자주 깊게 만나죠. 아무리 자주 깊게 만나는 어린이지만. 어린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 아닌가요? 그런데 많은 영화에서 어린이를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순진함’, ‘귀여움’만을 가진 납작한 존재로요. 이 영화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살아있어요.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말을 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언어입니다. 덜 어린 아이가 더 어린 아이를 만났을 때, 굉장히 어색한 표현을 쓰죠. 어른의 언어를 흉내는 건데, 가만 들여다보면 선생님이 쓰는 표현들이에요. (찾아보세요!) 이런 디테일을 이 영화는 잡아내고 있어요.
어른이 보는 아이의 영화엔 특별한 점이 있죠. 우선 이 영화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어요. 영화 속 사건 가정불화나, 주거 불안의 상황은 딱 아이가 알게 되는 만큼만 보여줘요. 어른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아이들이 잠시 마주한 어른의 표정을 보여주는 식이죠. 이 맥락과 정보를 영화 속 인물(아이들)과 관객(어른들)은 다르게 읽습니다. 하나는 부모님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 믿지만, 하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는 하나의 오빠 찬이도, 관객도 알죠. 그게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처럼 관객은 아이들이 집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은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되는데, 아이들이 때론 웃기고 귀엽고 안쓰럽고 슬퍼요. 저는 그 간절함에 눈을 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게 진심이고 최선이라는 걸 알거든요.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으니까요.
92분의 길지 않은 영화입니다. 아마 마음에 드실 거예요. 이 영화가 좋았다면 윤가은 감독의 다른 작품도 추천합니다. 어린이를 정말 ‘어린이’로 그려내는 세심하고 보기 드문 감독이거든요.
Tip: 밥을 함께 먹는 행동이 영화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