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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Mar 25. 2020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 포켓몬 스터디를 만나다.

5년째 스터디

‘조모임’에 대해 즐거운 기억이 있는 선생님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임용시험’에 대해 즐거운 기억이 있는 선생님들은 더 없을 것이다. 얄궂게도 이 두 가지는 4학년 때 ‘임용시험 스터디’로 만난다. 다들 어떤 기억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선생 하루는 임용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스터디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이어나가는데 큰 에너지를 얻은 곳도 이 스터디 모임이었다. 임용시험 스터디로 시작해 5년째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서로가 편해서 그렇죠 뭐.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메타몽: 저는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올해 5년 차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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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저도 마찬가지로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올해 4년 차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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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캐터피 선생님. 병역휴직 기간은 빼고 말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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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아! 그 기간을 빼면 좀 줄어들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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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3년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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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메타몽: 스터디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여기 하루 선생님을 포함한 1차 시험(논술) 스터디의 결과가 좋았어요. 그래서 2차 시험(개인ㆍ단체면접, 수업실연ㆍ나눔, 영어수업ㆍ인터뷰)도 함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논의 끝에 사람을 한 명 더 구하기로 했고 그때 고스트 선생님이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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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제가 이 두 선생님에게 간택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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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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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2차 시험도 결과가 좋았어요. 그 모임 그대로, 교사가 되어서도 자주 봤죠. 어느 날 제가 원래 친하게 지냈던 캐터피 선생님이 자리에 함께한 적 있었는데, 그 뒤로는 넷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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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넷이 처음 본 날은 2016년 여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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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디테일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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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네. 맛있는 피자를 먹고 반지하 같은 카페에서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죠. 4명이 얘기하는데 대화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앞으로는 넷이서 만나자고 얘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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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그때 정말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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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 외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모임이 있나요?

메타몽: 없어요.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있는데, 이렇게 3인 이상 모이는 것은 없어요.

고스트: 저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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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저는 하나 있긴 한데, 여기만큼 자주 보진 않아요.


모임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메타몽: 한 달에 한 번, 늦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모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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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제가 군대에 가 있을 때도 계절별로 한 번은 꼭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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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임을 이어나가는 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고스트: 서로가 편해서 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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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정확하기는 말을 하기 편해서 그래요. 학교 선생님들과 말할 때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필터링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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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첫째로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 둘째로는 교직생활이라는 끊이지 않는 화제가 있다는 것. 셋째로는 역시 편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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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서로 편하긴 하지만 성격은 많이 달라요. 하지만 그래서 여기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또 거기서 배워가는 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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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맞아요. 많이 배워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어가죠. 어떻게 보면 학습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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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공동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전학공과 같은 공식적인 모임과 이 모임같은 비공식적인 모임의 차이는 뭐가 있을까요?

메타몽: 내가 솔직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커요. 공식적인 모임에선 내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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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공감해요. 고민이 있어도 어느 정도까지만 얘기할 수 있죠. 내 솔직한 생각과 고민이 왜곡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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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다들 자신의 말이 원래 뜻과는 다르게 퍼지는 일을 겪어봤을 거예요. 교육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더라도, 학교에서는 고르고 고른 무난한 생각만을 말하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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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임이 도움이 되나요?

메타몽: 네. 엄청요. 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요. 저는 여기서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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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저는 여기서 많이 알아가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쉽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저의 지식창고 메타몽 선생님에겐 아침에 전화한 적도 있어요.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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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너무 물어만 보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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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대신 제가 스트레스 많이 풀어드리잖아요. 선생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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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두 분이 먼저 했어요. 저는 스트레스 받았을 때 여기 선생님들께 털어놓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에게 하기 애매한 질문들은 여기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체력관리와 멘탈관리가 전부입니다.



스터디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까요. 우리 스터디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웃음) 너무 자랑 같지만, 두 가지로 측면에서 그렇죠. 먼저 스터디의 목적인 시험에서 멤버 전원이 높은 성적을 얻었고요. 다음으로 스터디가 갈등 없이 이루어졌으며,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요. 이 스터디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메타몽: 친한 사람이랑 했다는 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그냥 친한 사이라기보다는 서로가 편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여야 해요. 임용시험은 심리관리가멘탈관리가 무척 중요해요. 그래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이로 멤버를 구성해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서로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합의한 과제 같은 것은 시간에 맞춰서 해 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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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정확하게 얘기하면 편하기보단 부담 없는 사이여야 할 것 같아요. 자료를 준비하고 공유하는 방식, 모임에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 같은 것에서 서로 안 맞으면 스터디가 부담되거든요. ?메타몽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한 책임감도 필요하겠죠. 마냥 부담 없으면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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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여기 선생님들은 성공한 스터디를 했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저의 스터디 모임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겠네요. 저도 서로 편하고 친한 사이였던 사람들이 모여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편했던 나머지 해야 할 일을 서로 미루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 즐겁기는 했지만, 공부하는 모임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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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고스트: 체력이 중요합니다. 체력이 전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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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멘탈 관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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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또 두 분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버렸네요. 임용시험은 체력관리와 멘탈관리가 전부입니다.


선생님들의 꿀팁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이야기를 해 봅시다. 새학기를 준비하는 여러분의 자세는 뭘까요?

캐터피: 군에서 복직하고 새 학년도를 맞으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나는 준비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길을 잃었다고 하면, 계속 길을 물어가면서 교직생활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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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저는 아이들이 예뻐요.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이 그랬고, 앞으로 만날 아이들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과정에 저의 감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쓰였고, 그럴 것이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요. 비유하자면 교사는 예술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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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또 이상한 비유 하시네요. 선생님은 너무 좋게 얘기하는 것 같고, 제 생각에 교사는 감정노동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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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예술가라고 합시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는 솔직히 새학기 걱정 안 해요. 힘들 것 같지만 또 저는 잘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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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저는 올해 새로운 지역, 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요. 기대보단 걱정이 많아요. 교직생활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가 있다고 하잖아요. 학생 학부모 관리자 동학년 업무요. 인생에는 단맛과 쓴맛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5가지 요소가 물론 다 좋을 순 없겠지만... 너무 쓰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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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선생님은 걱정이 너무 많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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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해요. 그중 꼭 한 가지를 기대한다면, 저는 좋은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요. 제가 진심으로 가르쳤을 때, 저를 알아주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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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교사는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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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차를 맞는 선생님들의 꿀팁을 얘기한다면?

메타몽: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경력 선생님들이 얼마나 가소롭게 여길까요. 제 팁은 하교인사와 관련된 팁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하교하기 전에 저와 꼭 인사하고 가도록 해요. 칠판에 하교할 때 질문, 예를 들어 ‘오늘 배운 내용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은 것을 써놓고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 거죠. 이게 간단한 것 같아도, 1:1 의사소통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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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팁은 ‘감정일기’예요. 아침활동으로 했던 건데, 학생들이 아침에 와서 그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쭉 쓰도록 하는 거죠. 그럼 교사는 그 내용을 보면서 아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거죠. 다만 이게 고학년에서는 이걸 숙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좀 어려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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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저 역시 1:1 의사소통과 관련된 팁인데, 저는 알림장 검사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학생들이 알림장 검사를 하러 오면 그냥 검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한 두 마디 대화를 나누어요. 그걸 매일, 꼭 했어요. 하교시간에 몰아서 하면 힘드니까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쯤으로 학생들을 나누어서 하면 되더라고요. 이게 학기 말이 될수록 힘들어지는데,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학생들과 긍정적인 래포를 형성하는데 큰 재산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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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피: 저는 교과전담을 계속해왔어요. 그래서 학급운영과 관련된 팁은 드리기 어려울 것 같고, 수업할 때 저만의 목표가 있어요. 어느 학교의 어느 반에든 개구쟁이, 말썽꾸러기가 있어요. 저는 수업시간에 그 학생들에게 꼭 좋은 말을 해줘요. 한 마디라도. 그 학생들은 사실 ‘칭찬’을 들을 만한 상황이 생기기 어려워요. 그래서 교사가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가 그럴만한 일이 생기면 그걸 짚고 넘어가는 거죠. 아주 사소한 거라도. 예를 들면 줄을 잘 맞춰 섰다면 ‘오늘은 질서 있게 줄을 잘 서 주었구나. 잘했다.’라는 말이요. 이게 아주 작은 것 같지만, 사실 작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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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격식 차려서 얘기 하는 건 어렵죠? 저도 이런 형식으로 인터뷰한 건 처음이라 좀 어색했어요. 소감 한 마디 해주세요.

고스트: 좋았어요. 교사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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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웃음) 저에겐 언제나 힐링인 이 시간이, 누군가에는 새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질까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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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새로운 이야기 일 거예요.

캐터피: 저 안 했어요. 저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다양한 고민에 대해 나누고 공감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소중한 기회를 준 하루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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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고맙습니다. 인터뷰 여기서 마칩니다.



2020년 1월 29일 일요일

에디터 하루

포켓몬 스터디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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