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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Dec 09. 2023

23. 12. 09. 오늘 이야기. 새벽

나는 인기척이 없는 고요한 새벽을 좋아한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새벽은

오로지 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창문을 열어 들어오는 새벽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고

아직 깨어나지 않는 청회색의 새벽. 집 앞 공원과 거리, 하늘을 가슴에 실컷 담는다.


199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배경인 영화 Before Sunrise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며 회색빛 아주 고요한 정적 속의 새벽 비엔나 거리가 클로즈업 되는데

그 한 컷이 내 마음에 울림을 줬다.


어쩌면 삶의 시작과 끝, 희망, 행복,

슬픔, 기쁨, 고통, 축복, 감동, 사랑,

이 모든 것들이 새벽의 시간 안에 모두 들어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가 난 늘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부단한 사람이고 싶다.

한 겹 두 겹, 겹겹이 접어져 층상을 만들고

마침내 맛있는 크로아상이 완성되듯이 나도 매일매일을 부단히 살아가다 보면 내가 생각한 그날,

아닌 척하면서 내가 그려왔던 그림이 멋지게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벅찬 감동이다.


이전과 다른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뭔가 확 달라져야 하고 자극적이어야 하고 여기저기 놀라운 뉴스가 나오고,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우리들이 원하는 세상은 사랑이 함께 하는 따뜻한 세상이다.

그 세상에 나도 참여하고 싶다.


아침이 시작되기 전,

이른 새벽

멋진 크로아상이 완성되는 날을 미리 상상으로 꺼내보며

오늘이 그날인 듯 행복한 마음으로 에소프레소 더블샷을 곁들여 마셔본다.

와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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