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신맛은 어떤 신맛이고
한국인이 싫어하는 신맛은 어떤 신맛인가?
(굳이 산미가 아니라 신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외든 국내든 여행을 갈 땐, 직업병처럼 카페 투어를 다니고
굳이 여행이 아니어도 카페 투어는 나의 일상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카페 14년 차, 커피 수업 15년 차. 나는 가끔씩 답답함을 느낀다.
10년 전쯤 이던가?
언론에서 고급 커피는 “신맛이 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앞 다투어 많은 카페에서 신맛을 내기 시작했다.
에소프레소나 핸드 드립 상관없이 비슷한, 또는 마시기 불편한
신맛까지도 냈다. (맛있는 산미가 아닌 그냥 아이셔! 신맛이었다)
고급 커피니까 신맛이 나지, 이거 좋은 커피야 하면서
그 맛없는 불편한 신맛을 감당해내는 건 마시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사실, 그때에 우리나라엔 쓴 커피가 익숙했지, 신맛이 나는 커피는
접할 일이 별로 없었고 신맛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다.
커피 문화의 초창기였던거다.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아직도 “신맛 나는 커피가 고급이야”라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지만
좋은 쪽으로 커피 문화에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커피의 맛을 느끼고, 표현하고 주문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커피들을 접하기 시작했으며 즐기게 되었다.
또, 젊은 친구들은 양보다 질을 선호하며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커피만큼 빨랐던 문화의 발전이 또 있을까?
놀랍고 대단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생두는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로스팅이 다르고 맛도 다 다른데
왜 모든 생두를 다 약하게 로스팅해서 꼭 산미를 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로스팅이란
생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잘 끌어내어 표현해주는 것이다.
꽃을 피우는 것이다.
경험에 의한 손맛을 더해서 말이다.
원한다면 약간의 산미들이야 드립을 하면서 충분히 낼 수 있다.
맛있는 산미를 가지고 있는 원두는 그 산미를 내어주면 되고
산미가 별로 없는 원두는 없는 대로 그 맛을 내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 말고.
지금 시대의 트렌드가 산미라고 하기엔 너무도 다양한 맛을 지닌
원두들의 개성을 없애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독특하고 더 맛있는 스폐셜한 맛을 내기 위해
연구하고 개발하고 계시니 우리나라 커피 문화는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란 걸 안다.
커피를 사랑하고 현역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커피 발전에 동참하고 기본에 충실한 멋진 커피 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