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의 귀환 2

끔찍한 위경련

by Ubermensch






목요일 새벽 3시 내가 잘 아는 그 날카로운 통증이 상복부를 쥐어짜오는 고통에 잠에서 깼다. 나는 매일 보통 3시간의 운전과 80분간 지속되는 고강도 발레를 하고 술과 센 수면제를 먹고 잠들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뜨면 다음날 늦은 아침이다. 보통 예쁨을 포기하고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고 간신히 지각을 면하고 회사에 도착한다.


한번 찾아온 그것은 주기를 두고 최소 수시간 최대 한나절동안 몰아친다. 혹시나 싶어 부엌 찬장 서랍에 우리 부장님과 모 작가님이 사주신 다양한 종류의 진경제를 털어 넣고 누웠지만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몸을 옆으로 말고 공포에 떨었다. 새벽 3시부터 출근 시간이 될 때까지 진정되지 않아서 7시쯤 우리 사무실 단체창에 오늘 출근을 못할 것 같다고 병가 상신을 부탁했다. 위경련의 통증은 커다란 톱니바퀴가 달린 드릴이 상복부를 천천히 앞뒤로 관통하는 느낌이다. 주기는 길면 1분 짧으면 30초 정도다. 주변 내장을 갈아버리며 파괴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어서, 몸을 옆으로 말아눕고 눈을 꼭 감은채, 드릴이 들어오는 순간 발가락에 힘을 주어 움켜쥐고 숨을 참으며 그 드릴이 빨리 나를 통과해 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다시 찾아 올 걸 알면서도. 그 톱니바퀴 드릴이 내 내장을 수도 없이 통과하는 동안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 두꺼운 수면잠옷은 푹 젖어버렸고, 그 과정이 너무 지쳐서 여러 번 토했다. 변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바닥에 토했다. 뭘 먹지를 못해서 나중엔 쓴 초록색 즙이 나왔다. 사이사이 먹은 약도.


119를 부를 생각도 해봤지만 우리 집의 처참한 쓰레기장 상태와, 짝짝이 잠옷과, 상의 속옷을 입지 않은 것과, 땀과 토로 얼룩진 내 몰골이 부끄러워서, 그냥 혼자 버티기로 했다. 위경련은 위염이나 장염과 달리 경련만 멈추면 다 끝나기 때문이다. 약이 여러 종류가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먹어보고. 그 약까지 가는 경로도 쉽지 않았다. 몇 발자국 안되긴 했지만. 금세 토해버려서 효과가 없었던 것도 같고.


그래서 나는 진경을 포기하고 대낮부터 수면제를 먹고 잠에 빠져 고통을 회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새벽 3시부터 시작된 내 사투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그제야 조금 나은가 싶었다. 식은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토를 여러 번 해서 탈수가 생긴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뭘 못 먹다가 마침 전날 시킨 복숭아 셔벗 아이스크림 배송이 와 있었다. 상큼하고 시원해서 좀 살 것 같길래 세 컵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그리고 다시 경련 지옥에 소환당했다. 결국 오늘도 출근을 못했다.


또 수면제를 털어먹고 잠으로 도피하고 오후 늦게 깨어보니 믿구비언 검사님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게 휴가시냐며 사진을 보내주셨다. 우리가 함께 일하던 시절, 내가 자체적으로 입수해 온 인지사건 피해자가 우리 둘 덕분에 정의로운 사회가 빛나게 되었다며 너무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사실 검사님은 그 아주머니에게 관심도 없었고 내가 아주머니와 전화를 50통쯤 하고 야근을 해가며 아주머니의 억울함을 들어주면서 수사를 개시한 것이고, 당시 검사님은 나 혼자 삽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었다.


결론적으로 검사님이 함께 해주시고 정리해 주셨지만, 내 덕분에 검사님이 이런 감사 편지를 받게 된 것이라고 생색을 낼 기력도 없었다. 수사부서가 아닌 곳에서 경험도 없던 내가 처음부터 수사 단서를 모으고 야근을 하고 공을 들여서 다른 부서에 가서까지 가지고 있던 사건이었다. 경찰도 각하해 버렸던 사건이었는데 내가 잘 들어주고 우리 검사님께 가져간 걸 알아서 아주머니도 엄청 고마워했었다. 그걸 이렇게 돌려받으니 기쁘다. 월급이 조금이라도 괜찮다.


조만간 위내시경을 예약해봐야 할 것 같다. 초음파도. 검색해 보니 위경련은 위 자체보다는 신경계의 문제라고 한다. 엊그제 저세상 염치를 가진 사기꾼 조사 준비를 하면서 불필요하게 열을 올리느라 그랬던 건지, 아니면 내 영혼을 약간 갈아 넣은 문제 소설 두 편을 써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위경련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