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나는 매일매일 하루에 50킬로미터 이상 차를 몰고 다닌다. 첫 경고등이 뜬 시작일자가 언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내 자동차의 이름은 뽀동이다. 나는 뽀동이 안에 머무는 시간을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버거울 때, 차에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진다. 최근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세 달인가 전부터 다채로운 경고등이 뜬 채로 다녔다. 처음엔 경고등 한 개였다. 하향전조등 1개가 나간 것이 문제였다. 나는 시력이 많이 좋지 않아서, 원래 운전 시야가 흐리다. 운전 시야뿐만 아니라 그냥 육안 시야도 그렇다. 밤에는 더 그렇다. 영화관에서도 남자친구의 손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혼자 계단을 잘 못 오른다.
뽀동이 주행거리가 이제 9만이 넘어 10만 킬로미터를 향해가고, 소모품 수명이 나갈 때가 됐다. 그걸 방치하고 다니다가 하향등 두 개가 전부 나갔다. 그래도 상향등이 두 개가 켜져 있으니까 그냥 다녔다. 야간의 내 육안 시야도, 운전 시야도 굉장히 흐린 채로. 그리고 추운 겨울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자 앞바퀴 두 개 공기압이 떨어졌다는 경고등이 떴다. 그냥 무시하고 다녔다. 전에 앞바퀴 하나의 공기압이 떨어졌다는 경고등을 무시하고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져서 견인차에 타고 울면서 집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겨울이므로 그냥 추위 탓이겠지 하며 방치했다. 몇 주가 지나자 바퀴 4개 모두 저기압이라는 경고등이 떴다. 그러니까 하향 전조등 두 개 고장, 바퀴 네 개의 저기압 경고등이 뜬 채로 다녔다. 그리고 몇 주 후에는 워셔액이 없다는 경고등 하나가 추가됐다. 워셔액을 뿌리고 앞유리를 닦지 못해서, 함박눈과 미세먼지에 얼룩져 앞 유리가 뿌얫다. 평소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도 큰 차이가 없으므로 그냥 뒀다.
뽀동이의 작은 계기판에는 주황색 경고등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걸 매일 불편하게 마주하면서도, 몇 주, 몇 달을 그냥 계속 외면한 채 운행하고 다녔다. 경고등만이 문제는 아니다. 6년 전부터 사이드 미러 한쪽은 깨져있었고, 문은 찌그러지고 녹슬고, 앞 뒤 범퍼는 다 깨져 있고, 사람들이 뽀동이의 행색을 보면 이 차는 범퍼카냐고 조롱한다.
오늘 1년 만에 엔진오일을 교체하면서 마침내 바퀴 네 개의 공기압을 충전하고, 하향 전조등 두 개를 교체했다. 워셔액도 넣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주황색으로 가득 차 번쩍이던 경고등이 전부 사라졌다. 외관은 여전히 깨지고 구겨지고 녹슬고 찌그러진 범퍼카 상태다.
그래도 계기판을 가득 채운 주황색 경고등을 오늘에서야 다 없애서,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가 잔뜩 고장 나고 망가진 채로 매일매일 장거리를 다니며 고생하던 뽀동이가, 최소한은 정상화된 것 같아서.
내일은 몇 달째 방치한 쓰레기집을 조금 손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