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
여섯 시 퇴근 종이 울리기도 전에 실무관님과 앞자리 계장님은 사무실을 나선다. 우리 사무실에서 야근은 늘 나 혼자만 한다.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등 뒤로 부장님이 문을 열고 나오시며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늘 같다. 밥은? 나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계시는 부장님은 내 인기척을 듣고 바로 나와 물어보신다. 밥은? 밥 먹었어? 오늘 발레 가?
우리 회사에서 아무리 직급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검사가 계장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같은 직렬 선후배 관계도 아니고, 구시대적으로 검사가 수사관에게 함부로 하대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와 일했던 검사님들은 내게 은근히 반말을 섞어 쓰셨다. 그게 하대로 여겨지거나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다. 내가 만난 상사, 사수, 선배님들은 나를 부하직원이나 후배보다는 자식이나 조카나 동생에 더 가깝게 대해주셨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에 소고기를 먹었다. 식당 아주머니께서 식사를 고르라고 하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는 밥 안 먹을래요,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켰다. 하지만 이내 내 앞으로 밥그릇이 쓱 밀려왔다. 부장님은 드실 밥을 뚜껑에 덜고, 온전한 밥그릇에 밥 반 공기를 남겨 내 앞으로 밀어주셨다. 이미 배가 불렀어도, 나는 내 앞에 놓인 부장님의 밥공기를 외면할 수 없어 수저를 들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양 볼살은 차오르게 됐다.
퇴근 후 발레를 마치고 집에 가던 밤 열 시가 넘은 시간 부장님께 메시지가 왔다. 아주 길고 뜬금없는 유튜브 링크였다. 곧 삭제된다는 인공지능 활용 동영상이었다. 주말 아침부터 부장님께 연달아 메시지가 왔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PPT를 만드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링크였다.
우리는 실물 종이기록 무더기에 둘러싸여 일하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나는 사람을 앞에 앉혀둔 채로 수사를 하는 수사관으로서, 업무적으로 PPT를 활용할 일이 전혀 없다. 그건 부장님과 나 둘 뿐으로 구성된 우리 수사팀의 대장이신 부장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부장님 대학생 자녀분들에게나 유용할 법한 정보를 한밤에도 주말에도 공유해 주시는 마음에 웃음이 풉 하고 터졌다. 나는 내게 전혀 쓸모가 없고 관심이 가지 않는 정보임에도 우와, 엄청 유용할 것 같습니다. 하고 답장해 드렸다.
부장님은 내가 근무성적평가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자랑을 해도, 엄청난 기록검토보고서를 써내도, 장시간 고된 조사를 해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도, 아무도 야근하지 않는 여유로운 부서에서 홀로 주말까지 나와 야근을 하면서 사건을 파고들고 있어도 별다른 칭찬을 해주시지 않는다. 기껏해야 고생했어. 짧은 한마디가 전부다.
대신 부장님은 매번 내게 물어보신다. 밥은? 밥 먹었어? 밥 뭐 먹게? 짬뽕? 드시는 영양제를 나눠 주시고, 직접 우린 차와 커피를 내 컵에 잔뜩 부어주시고, 밥을 나누어 주신다. 그뿐이다. 나는 얼마 전 내 발레 연습 영상을 부장님께 보내드렸다. 재롱잔치입니다 부장님. 하고. 부장님은 답장을 해주지 않으셨다. 그저 내게 반복해서 물어보실 뿐이다.
밥은? 밥 먹었어? 오늘 발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