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박

그리고 협박

by Ubermensch






종종 부장님께 윽박을 당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오늘 오전에도 그랬다. 부장님은 기수가 아주 높으셔서 주로 결재를 하시느라 직접 수사를 하신 지도 오래되셨고, 그래서 그동안 수사관보다는 검사를 대할 일이 더 많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약간 새끼검사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갖췄다는 전제로 대하실 때가 있다.


나는 부장님과 단 둘이 수사팀을 이루기 전까지 캐비닛에 기록을 넣는 방향조차 알지 못했던, 검사실 수사 경력이 전무한 백지상태였다. 부장님은 느닷없이 내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를 물어보신다거나, 굉장히 복잡한 범죄사실 속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물어보시곤 했다. 최근에는 내게 구형량도 물어보신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부장님의 의중을 바로 못 알아듣거나 찾아보느라 버벅거리면 종종 언성을 높이실 때가 있다. 적응하기 전에는 놀라서 얼굴이 빨개지고 쪼그라들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연약한 성격이었다면 울음을 터트리거나 다른 검사실로 보내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부장님의 단독 계장으로 배정되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나를 걱정하며 괜찮냐고 했다. 우리 부장님은 업무적으로 빡세신 것으로 전국에서 유명하신 분이라고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몹시 만족하며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지원을 나온 입장이었지만, 청내 인기 부서인 원 소속 부로 돌아가지 않고 부장님과 함께하는 이곳을 희망해서 결국 정식 발령을 받아 남게 되었다.


부장님은 성격이 급하신 편이다. 나도 그렇다. 그건 우리 가문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부장님과 나는 같은 본관 같은 파 부녀대손 사이다. 부장님은 내게 호부를 허용하셨다. 앞자리 계장님은 우리의 티키타카 팀워크를 보고, 두 분은 조선후기에 족보를 사고팔며 꼬인적 없이 조상의 순수 혈통 그대로 전해 내려온 게 틀림없다고, 성향이 똑같다고 하셨다.


부장님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시면서도 통화 벌컥벌컥 언성을 높이시는 때가 있다. 듣다 보니 나중에는 부장님이 정말 화가 나신 게 아니라 답답한 심정의 표출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순간만 지나면 다시 다정하고 인자하신 평소 모습으로 돌아오신다. 다만 그 순간의 윽박 시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엄청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보일까 봐 무안할 때가 있는데, 나중엔 아 제가 이건 처음이라 몰랐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설명해 주세요. 하고 넘기게 됐다.

부장님이 찾아오셔서 다정한 말투로 점심때 뭘 먹었는지 물어보셨다. 며칠 전 나는 반항하려고 히피펌을 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한껏 자유분방하게 나부끼는 머리를 한 채 부장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어떤 계장님이 사무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셨대요. 왜? 그건 모르죠. 그러니까 계장을 잘 대해주셔야 합니다. 아악.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마음 아프게 하지 말라고 했지! 부장님은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셨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오셔서 말씀하셨다. 우리 피자 시켜 먹을까?


나는 부장님께 아무런 불만이 없다. 일주일 전 지나가는 사람도 다 볼 수 있는 부장님 명패에 우주최고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부장님은 그 포스트잇을 발견하시고도 떼지 않은 채로 지내신다.

우리 부장님은 참 운이 좋은 분이신것 같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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