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의 말씀
이번 주제는 조금 부끄럽다. 이전에 썼던 자뻑으로 점철된 <예쁜 여자의 삶>이라든지, <재수 없는 이야기> 같은 류와는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이 앞선다. 내 앞가림이나 잘하고 살아야 할 텐데. 감히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저런 말을 할 주제가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강산이 한번 바뀔 정도의 장기간 열정을 쏟았고, 직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선량한 의도로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보고자 한다. 제언은 아래와 같다.
1. 큰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투자 권유에 혹하지 말 것.
100% 사기다. 세상에는 공짜도 없고, 쉽게 큰 수익을 얻거나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다. 순수하게 내가 노력한 딱 그만큼만 정직하게 번다고 믿고 살아야 한다. 이건 특별히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이건 정말 내부 소수 몇몇만 알고 있는 특급 정보인데,라는 식의 고급 정보가 우리의 귀에까지 들려올 리가 절대 없다. 그런 곳에 투자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느니, 추운 겨울날 노점상 할머니가 파는 붕어빵 한 봉지를 사서 가족과 나누어 먹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투자다. 개인적으로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한테 한소리를 하는 편이지만,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이익을 남겨준다는 말에 혹해 사기당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욕을 먹어도 감수해야 한다.
2. 돈 빌려주지 말 것.
이건 진리지만, 생각보다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고 소중한 관계를 잃고 가정이 파탄 나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채 우리 회사를 찾아온다.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그 돈이 없어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고, 안 받아도 그만일 정도로 넉넉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행위다. 한번 돈을 건네는 순간 채권자와 채무자의 갑을관계가 뒤바뀌는 마법이 벌어진다. 그 전의 관계가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무관하게 그 소중했던 관계는 틀림없이 망가지고 만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행위가 함축하는 바는, 그의 재정상태가 이미 정상적인 일반 금융권에서의 대출이 불가한 재정적 파탄 상태를 의미하므로, 정상적으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애초에 희박하다. 어찌저찌 빌려주고 한두 번 상환받는다 해도, 나는 그 재정파탄인의 인간 주거래 은행으로 신규 등록되어, 내 사정이 힘들어 대출을 한번 거절하는 순간 그는 악성 민원인으로 돌변해 패악을 부릴 것이다.
3. 사람의 행색을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우리 회사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회사 대표에 우리가 한평생 구경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쥔 재벌 할아버지는 정말 허름한 시골의 용접공 같은 몰골로 나타나고, 쥐뿔도 없는 사기꾼은 마치 잘 나가는 변호사로 착각하게 할 만큼 귀티 나고 말끔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쥐뿔도 없는 사기꾼의 번드르르한 행색에 속아, 나를 믿고 투자하면 나처럼 이렇게 호화롭게 살 수 있다는 식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정말 부자들은 오히려 겉으로 티를 잘 안 낸다.
4. 성욕에 인생을 걸지 말 것.
특히 어플은 온갖 성범죄의 온상이자 터전이다. 이건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한다. 내가 본 성범죄 사건에서 만남의 경로중 상당수는 어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서로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는 신원불상의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한순간 쾌락의 대가가 재판으로 이어지고 한평생 본인이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트리고 망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성병도 서로 공유한다. 원나잇이 쿨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다고 하는데, 유교걸인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어렵다.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과의 잠자리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몹시 위험한 일이다.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행동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5. 디지털 포렌식 당하지 말 것.
핸드폰이나 PC 같은 전자기기에는 개인의 민감 정보가 무궁무진하게 들어있다. 포렌식을 하면, 생각보다 엄청난 정보가 놀랄 만큼 자세하고 풍부하게 나온다. 카카오톡 대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사진, 메모 등이야 당연하고 수년 전 검색어, 방문했던 사이트, 비공개 대화내역, 모든 인간관계의 적나라한 흔적, 나의 모든 계정 사용 내역 등등. 보통 전자 기기는 수년씩 사용하기 때문에 본인이 일일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삶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한 번은 자녀가 주렁주렁 딸린 아주 건실하게 생긴 중년 대표이사의 핸드폰을 포렌식해 그가 7년간 모아 온 방대한 데이터를 선별하는데, '내 사랑'이라고 저장된 번호와 통화 내역이 다수 나왔다. 화목한 가족사진이 가득한 갤러리가 무색하게 내연녀가 따로 있나 보군, 하고 생각했는데 내 사랑의 정체는 아내였다. 충직한 가장인 점을 높이 샀으나, 이런저런 야동 사이트 방문 기록과 '딥 쓰롯'이라는 검색기록이 자주 나오기에 그게 뭔지 궁금해져 나도 따로 검색을 해 보았다. 만약 본인의 디지털 기기를 압수당할 일이 부득이하게 발생해서, 수사관이 선별작업 참관여부에 대한 의사를 묻는다면 그냥 안 한다고 하는 게 낫다. 아마 본인의 성적 취향이 반영된 낯부끄러운 검색 기록이나, 소중하게 보관해 둔 동영상 등을 수사관과 함께 봐야 한다면 꽤 수치스러울 것이므로.
6. 죄를 지었다면 부인하지 말 것.
일단 수사기관에서 소환을 한다는 것은, 고소인의 주장을 제외하고도 참고인의 진술이라든지, 여러 가지 조회를 통해 자료를 조사하고, 이런저런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채 어느 정도 유죄를 추정하고 부르는 것이다. 뻔히 증거가 넉넉히 있음에도 기억이 안 납니다.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이런 태도로 일관한다면 괘씸죄만 추가될 뿐이다. 우리는 조사 말미에 필수적으로 묻는다.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이 있는가요. 이건 조서 분량을 늘릴 목적이라거나, 단지 심심해서 묻는 게 아니다. 진실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양형에 참작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죄를 지을 수는 있지만, 인정을 하고 반성을 하며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이는 사람과, 뻔뻔하게 부인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검찰 구형이나 법원 선고 형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에 아예 한평생 방문할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회사를 10년 간 다니면서 느낀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보았다. 우리 믿을구석 비빌언덕 검사님은 죄는 미워하지 않고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형을 살면 죄는 사해지지만 죄를 지은 사람 자체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소시오패스 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치곤 의외로 인류애가 낭낭한 편이라, 이 세상 고통의 총량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 그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누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