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나요, 나는 모르는 일이에요.
입사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구속 피의자를 조사하게 됐다. 사건 기록을 받아 살펴보니, 몽키 스패너로 어린아이 머리를 내리친 전적이 있는 정신분열증 인격장애 할아버지가 내 첫 구속 조사 대상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수사관이든 검사든 첫 조사 준비 때, 게다가 구속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면 엄청난 긴장을 하게 되는데, 하물며 그 피의자가 정상인도 아니고. 나는 돌발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만큼의 노련함도 갖추지 못했고, 검사님도 함께 안 계시니 더욱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계시는 계장님은 그 정신병이 늘 도지진 않을 거라고, 접신 타이밍만 피해 가면 될 거라며 나를 다독이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지 기다리고 계셨다.
구치소에 피의자 소환을 하자, 몽키스패너 할아버지는 버스 기사가 고의로 급정거를 해서 자기를 넘어트리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고, 탈장 수술 후유증도 있으므로 조사 일정을 한 번만 연기해 달라는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왔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다음날 형식적으로 재소환을 하면서도 그 엄청난 후유증이 하루 만에 낫진 않겠지. 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환 시간보다 더 일찍, 성실한 교도관이 할아버지를 데리고 나타났다.
죄수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수갑을 찬 구속 피의자는 존재 자체로 강렬한 포스가 있다. 죄명을 모르고 마주치면 굉장히 무섭고, 죄명을 아는데 강력 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왠지 안쓰러운 느낌을 준다. 수갑도 모자라 포승줄에까지 묶여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전에 함께 일했던 믿는 구석 비빌언덕 검사님은 내가 피의자나 피고인의 행색이나 눈물에 쉽사리 마음이 약해지는 성향을 알고 그러면 안 된다고 엄청 타박을 하시는데, 그래도 직관적으로 보기에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내 두개골이 위험에 처해 있으므로, 교도관이 수갑을 푸냐고 묻기에, 그냥 두세요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풀어주세요. 했다.
할아버지가 몽키스패너를 휘두른 일은 아주 오래전이고, 이번엔 그리 무서운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노숙을 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눈에 띄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그 자전거가 잘 안 굴러가면 또 다른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잠기지 않은 차량을 보면 그 안을 뒤적여 현금을 훔쳐 간식을 사 먹고. 그런 소소한 절도 5건을 저질러 구속이 된 거다. 누범 기간이기도 했고.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구속이라는 게 꼭 사람을 죽이는 등의 엄청나게 중한 죄를 지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고, 주거가 부정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도 가능하다.
몽키스패너 할아버지는 내 앞에 앉자마자 허기가 지고 기력이 없어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아직 오후 2시도 안 됐는데 식사를 안 하셨나요, 했더니 구치소 밥은 부실해서 배가 금방 꺼진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레몬 사탕과 과자를 주니 냠냠 맛있게 먹으며 그제야 질문에 답을 한다. 총 다섯 건의 범죄 사실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가 기억을 살려드려 볼게요, 하면서 모니터를 돌려 본인이 떡하니 등장하는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 맞는 것 같은데요. 해도, 경찰이 영상을 조작한 것 같단다. 경찰이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하니. 승진을 하거나 월급을 더 받으려고 그런 거란다.
자기는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구체적으로 초코파이나 카스텔라를 먹으면 생각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사무실엔 하필 그게 없어서 견과류를 줬더니 자긴 이가 없어서 못 씹는다며 입을 벌려 보여주는데 정말 이가 몇 개 없었다. 믿을 구석 비빌 언덕 검사님은 또 뭐라 하겠지만 그 듬성한 입속을 보니 마음속에 동정심이 또 모락모락 피어올라서, 재빠르게 내가 좋아하는 레몬 사탕과 과자를 갖다 줬다. 아쉽게도 초코파이나 카스텔라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 건을 제외한 나머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 총 다섯 건의 혐의 중 한 건만 인정했다. 어차피 모든 범행 장면이 다 CCTV에 찍혀 있으므로 부인해 봤자 기소에 무리는 없다.
영상은 경찰이 조작했다 치고, 피의자가 사용하는 장애인교통카드가 하필 공교롭게도 절도사건이 발생한 시간대 범죄 장소인근 역에서 찍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니.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부산에도 갈 수 있고 대전에도 갈 수 있고, 그러니 그 장소에도 갈 수 있죠. 그리고 이 세상에 사건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 벌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충분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죠. 나는 모르는 일이에요. 나는 뭘 훔치지 않았어요. 몽키스패너 할아버지는 내가 준 과자를 씹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내가 할아버지에게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가요, 하고 물으니 돈이 없어서 그래요. 집도 없고요, 한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는데 집 없이 노숙을 하니까. 잘 곳이 없어 한 번씩 찜질방에도 가고, 밥도 사 먹고, 간식도 사 먹고, 담배도 사고 하다 보면 돈이 금방 떨어진다고 한다. 오십몇 년을 사는 동안 누가 써주지도 않고 일 자체를 두 달 밖에 해본 적이 없어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한다. 돈을 벌 수도 없고 집이 없으니까 계속 떠돌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리가 아파서 길에 세워진 자전거를 탄 것이란다.
체포나 구속이 된 경우 가족에게 통지를 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 할아버지에게는 연락이 닿는 가족이 없어 통지를 하지 못했다고 사건기록에 적혀 있었다. 정신장애로 한평생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고,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지 수십 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길을 떠돌며, 소소한 절도를 하고 교도소를 간다. 나오면 다시 물건을 훔치고, 다시 교도소에 간다.
조사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요, 하고 물으니. 이번에 형기 마치고 나오면 다르게 살려고요. 이번에 몇 년 살고 나오면 나이가 육십인데, 교도소 생활도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어요. 하길래, 아까 전에 돈이 없어 노숙을 하고 일을 못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셨는데, 형을 살고 나와도 나이만 더 들고 상황은 똑같잖아요.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인가요. 하고 내가 물었다. 뭐 가족에게 연락을 해 보든지 해야죠. 한다.
사건기록상 부모님은 진작에 돌아가셨고, 구속 통지를 위해 수사관이 조회해서 찾아낸 할아버지의 누나는 끝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몽키스패너 할아버지는 집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출소 후 어떤 가족에게 어떻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사를 마쳤다.
할아버지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할 때 말고는 정신장애 치료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한다. 집도 없고 가족도 없고 일도 못한다. 길에서 노숙을 하기에 한겨울의 밤은 너무 추울 거고, 한여름의 낮은 너무 뜨거울 거다. 그는 늙었고, 몸은 아프고, 배는 고플 테고. 이번에 형을 살고 출소를 하면, 할아버지는 아마 또 길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주차된 차 문을 당겨보며 현금 몇 만 원이라도 있나 살펴보고, 다시 붙들려 교도소로 돌아갈 것임을 나는 안다.
그가 지적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의 부인내용이 서로 실소가 터져 나올 만큼 말도 안 된다는 걸 스스로도 알 거다. 내가 느끼기에 할아버지는 교도소에 가기 위해 죄를 짓고, 부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사회가 그에게 교도소의 방 한 칸과 세끼 식사를 제공하는 대신, 그가 밖에서 자립해서 살 수 있을 만한 어떤 기회를 만들어 줄 방법은 없을까. 혹은 그에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함께 살자고 하는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